역대 대통령 8명 평가한 책 펴낸 주돈식 세종대 석좌교수

  • 입력 2004년 5월 21일 19시 05분


“대통령은 우선 평상심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청와대에 들어갔다고 우쭐해져 재임기간 중에 대단한 업적을 내겠다고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 문제가 커집니다. 5년 동안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벽돌 한 장을 놓으면 되는 거지요.”

언론인 출신으로 문민정부 시절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공보수석비서관, 문화체육부장관 등을 역임했던 주돈식(朱燉植·67) 세종대 석좌교수가 한국의 역대 대통령 8명을 비교 평가한 저서 ‘우리도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사람과 책)를 최근 펴냈다.

“제목 그대로 이제는 우리도 정말 좋은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마음에서 국내외 서적 120여권을 뒤졌지요. 국내외 여러 대통령들의 장단점을 추려 바람직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 같은 걸 만들어보려 했습니다.”

주 교수는 대통령이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으로 ‘오만함’을 들었다. 오만해지면 밑바닥에 흐르는 민심을 모르고 독선적으로 나가 나랏일을 망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 그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공부를 많이 한 대통령이었지만 너무 카리스마적이어서 국민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박 전 대통령은 3선 때까지는 열심히 일했지만 유신개헌을 한 뒤 오만해졌어요. 유신헌법으로 인해 더 이상 경쟁자가 없게 돼 버렸으니까요.”

주 교수는 역대 대통령들이 경제발전, 자주국방, 민주화 등 많은 업적을 이뤘음에도 바로 그 업적을 믿고 오만에 빠져 불행히도 좋지 않은 결말을 맞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은퇴 후에 머물게 될 곳을 찾아가 뒷날을 생각하곤 했어요. 은퇴 후 자신이 다시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했던 거지요.”

그는 언론인 출신답게 “권력이 오만에 빠지지 않도록 하려면 언론이 비판적 기능을 제대로 해야 한다”며 “남들이 뭐라 하든 언론은 언론의 안목으로 권력에 대해 계속 쓴 소리를 해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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