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담화]“민생 중요하지만 개혁도 중요”

  • 입력 2004년 5월 16일 18시 53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 대(對)국민 담화에서 밝힌 경제정책의 메시지는 “민생경제를 최우선적으로 챙기겠지만 현재의 어려움 때문에 개혁을 미루지는 않겠다”는 말로 요약된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서 ‘경제개혁’을 강도 높게 언급해 ‘성장우선론’과 ‘개혁론’을 놓고 빚어진 정부여당 내 노선갈등과 관련, 후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으로 정책방향을 잡은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방치하지 않겠다”=노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 후반부의 대부분을 경제문제 해결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지난 두 달여 동안 일은 할 수 없었지만 경제상황을 꼼꼼히 점검해 왔다”며 “중소기업, 영세상인, 비정규직,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으며 당면한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결코 방치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고(高)유가 등 대외적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침체로 특히 서민들이 더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갖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등에 대한 지원방안이 추가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해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단기처방을 내놓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집권2기 정책기조는 성장보다는 개혁?=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자기에게 불리한 정책을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위기를 확대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기업집단(그룹)의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반발이나 현 경제상황에 대한 언론의 비판적 시각 등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당초 원고에 없던 내용까지 포함시켜 그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의 진보파 당선자들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더욱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유가, 중국 쇼크 등 각종 ‘악재’가 산적한 데다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통령과 경제부총리의 미묘한 시각차=노 대통령이 담화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시사한 가운데 이 부총리는 ‘성장우선론’을 강조하는 등 미묘한 시각차를 나타냈다.

이 부총리는 16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현 단계에서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만큼 경제정책 기조를 ‘분배’보다는 ‘성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부 정책의 대부분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에 만들어진 로드맵에 따른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노 대통령은 “서민들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고통에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풀어나가겠다”고 말한 반면 이 부총리는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대전제를 지켜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서귀포=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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