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訪中평가]“北核해결 진전” vs “속빈 강정”

  • 입력 2004년 4월 23일 18시 50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19∼21일)에 대한 정부 내 평가가 낙관론과 신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공식 반응은 ‘환영과 기대’ 일색이지만, 내부적으론 “별 내용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낙관론=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인내심과 신축성을 갖고 6자회담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한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방중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입장을 밝히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아니었느냐’는 ‘장밋빛 전망’과 궤를 같이한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도 “김 위원장이 직접 움직인 것은 그만큼 중요한 합의 사항이 있다는 것이고, 사전에 북-중 조율도 끝났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정통한 외교소식통도 “이번 방중은 북측이 핵 문제와 개혁개방에 대해 긍정적인 방향 전환을 선언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신중론=정부의 한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방중 성과에 대해 최근 한미일 3국이 외교 채널로 의견을 교환했는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방중 기간 중 “미국이 6자회담에 비타협적인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한 것 등이 부정적 신호로 읽힌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정부의 한 고위 인사도 “북한이 근본적 입장 변화 없이 ‘6자회담 계속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은 중국엔 ‘체면치레용’, 국제사회엔 ‘명분쌓기용’”이라며 “중국측의 극진한 환대도 역설적으로 회담 결과가 ‘속 빈 강정’임을 암시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