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개혁보단 민생이 우선”

  • 입력 2004년 4월 23일 17시 05분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이 23일 또 다시 '민생 우선주의'를 재창하고 나섰다. 국가보안법, 정기간행물법 등 민감한 현안의 우선 개혁 주장에 대해 쐐기를 박은 셈이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은 지금 못살겠다는 것이고, 경기가 나빠 죽겠다는 것이고, 경제를 살려달라는 것"이라며 "민생과 정치개혁이 향후 개혁의 첫 전선(戰線)"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의 발언은 인화성이 높은 현안보다는 한나라당이 동의할 수 있는 쉬운 단계에서부터 개혁을 진행시켜야한다는 일종의 '순차론'으로 해석됐다. 한나라당이 이날 당장 열린우리당의 정간법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나선 것도 같은 배경이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열린우리당이 소위 언론개혁을 명분으로 언론사의 소유지분을 제한해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시도를 하는 행태는 거대여당의 힘을 빌려서 국회와 언론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적인 발상이다"라고 치고 나갔다.

정 의장의 발언은 당내 서열2위인 신기남(辛基南) 상임중앙위원이 21일 "17대 국회에 정치권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언론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신문시장의 시장 분점구도와 소유지분 제한, 공동배달제 문제등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한 것과도 다른 뉘앙스다.

열린우리당내에서는 정 의장이 주도하고 있는 '민생 우선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소장 개혁파들도 민생우선론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전대협 부의장을 지낸 우상호(禹相虎) 당선자는 "하루이틀도 아니고 꾸준히 할 일인데 뭘 먼저하고 뭘 나중에 하겠느냐"며 "언론에서 이분법적으로 나오니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며 초선들이 이 문제를 의논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신기남 위원도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장기적인 개혁과제의 하나로 거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당의 한 핵심인사는 "지도부는 물론 당 소장파내에서도 민생우선주의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이나 '성장이냐 분배냐'의 문제 등 비교적 시각이 뚜렸하게 갈리는 현안들에 대해서는 조기에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벌써부터 열린우리당을 압박하고 있고,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이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높다.

관료출신의 당내 한 인사는 "당내 경제정책만 놓고도 스펙트럼이 다양하다"며 "관료와 기업인 중심의 '시장주의자'와 운동권 출신의 '사회안전망파'들이 나눠져있다"고 말했다. 진보적으로 평가받는 한 재선의원도 "운동권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들에 비하면 우리는 중도적"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26~28일까지 3일간 외부와 고립된 강원도 설악산에서 당선자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도 당내 다양한 스펙트럼의 조정과 개혁우선순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것이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당에서는 일단 어려운 민생 경제를 살리는 것을 기조로 입법의 우선순위를 두고 차근차근 실행하자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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