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민이 준 마지막 기회 살려야”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51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누워 있는 사람) 등 국회의원 당선자와 당직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천막당사 앞 적십자 헌혈차에서 일제히 헌혈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선자대회를 열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누워 있는 사람) 등 국회의원 당선자와 당직자들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천막당사 앞 적십자 헌혈차에서 일제히 헌혈을 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선자대회를 열고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로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제 정말 야당이 됐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20일 당의 현주소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날 오전 여의도 천막당사에서 열린 17대 총선 당선자 대회에서였다.

박 대표는 이날 인사말에서 “국민이 우리에게 121석이라는 큰 지지를 보내준 것은 거듭나서 잘하라는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이라며 “이 마지막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한나라당은) 역사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서 있는 천막당사가 한나라당이 서 있는 현 위치”라며 “내가 대표로 있는 한 내 개인을 위한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모두 기득권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당선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바꿔야 산다’는 비장감은 당 지도부의 연설 곳곳에서 배어났다.

선대위원장을 지낸 박세일(朴世逸) 비례대표 당선자는 “좌파가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오늘에 이른 반면 보수 세력은 패배를 반복했다”며 “이번을 보수를 혁신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개혁적 보수로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도 “국민은 당 개혁을 통한 이미지쇄신과 계층간 갈등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이 다시 한번 국민적 신뢰를 얻고 국정중심세력으로 서느냐, 아니면 개혁대상으로 전락하느냐는 여러분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당선자들은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충청권의 유일한 생존자인 홍문표(洪文杓·충남 홍성-예산) 당선자는 “우리는 기호 1번을 잃어버렸다”고 말문을 연 뒤 “2000년 대통령선거 때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상되자 하루아침에 자신이 속한 당을 버리고 입당한 20명의 철새를 이번에 공천했는데, 여기 그 철새들은 한명도 없다. 당은 공천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당선자는 이어 “비례대표도 마찬가지다. 당선 가능권에 호남과 충청 출신을 한 명도 넣지 않고서 어떻게 지지를 호소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당선자들은 또 이날 대회에서 당선자들의 재산 신탁을 결의했다. 임기 중 자신의 모든 재산을 금융기관에 ‘백지신탁’함으로써 재산 증식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날 대회에 앞서 당선자와 당직자들은 당사 앞 적십자 헌혈차에서 헌혈을 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헌혈 도중 “민생정치는 이런 활동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봉사하고 사랑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 데 정치권부터 앞장서자”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조만간 당 쇄신기구를 구성해 당조직 개편에 착수하는 한편 다음달 초 당선자 워크숍을 개최하기로 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