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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15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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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개표가 진행 중이던 15일 오후 10시경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선자가 120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자 이렇게 말하며 환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발표 때만 해도 열린우리당의 ‘압승’ 소식에 어두운 표정이었던 당직자들도 당선자가 늘어나면서 밝은 모습이었다. 열세로 분류됐던 지역에서 당선자가 나올 때는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당 내에선 박 대표 덕분에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했다는 데 대해 이견이 없다. 지난달 탄핵소추안의 국회 의결 직후 10%대로 급전직하했던 지지율을 끌어올려 120석가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이 ‘박풍’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일단 박 대표를 중심으로 거대여당(巨大與黨)에 맞서 정국을 풀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원내 다수를 뺏긴 상태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당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진보에서 보수에 이르기까지 넓게 퍼져 있는 데다 당의 인적 구성이 화학적 결합이 아닌 물리적 결합에 머무르고 있어 당내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국가보안법 개정 방향 등과 관련해 원희룡(元喜龍) 의원 등을 비롯한 소장 개혁파와 5, 6공 출신의 보수파가 세 대결을 벌일 경우 한나라당은 심각한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여준(尹汝雋) 선대위 부본부장은 “선거를 치르며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심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며 변화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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