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6자회담 결산]‘외교적 해결’ 모색 움직임에 의미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37분


2차 6자회담이 중요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끝났지만 일단 전환점은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회담 참가국들은 처음으로 외교적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토의를 했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최근 불신의 역사를 감안할 때 해결점에 이르렀다면 깜짝 놀랄 일이었겠지만 회담은 미래의 진전을 위한 기초는 쌓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여론과는 달리 미국의 정책은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북한과 직접 대화는 거부했지만 지난해 4월 중국 및 북한과의 3자 회담은 받아들였다. 그 다음북한의 불가침협정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종식시킨다면 다자적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갔다.

이번에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 행정부가 거부해온 양자회의를 두 차례나 길게 했다. 북-미간 직접 접촉은 협상을 위해 충분한 설명을 나누는 데 필수적이다. 또 가능한 타협점을 찾기 위한 애드벌룬을 띄우는 데도 이용된다.

게다가 다음 회담이 열리기 전에 중요한 이슈들을 논의하기 위해 참가국 외교관들의 실무그룹 추가 회의가 열리게 됐다.

왜 미국의 정책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가. 북한의 정권교체에 관심이 더 많은 강경파와는 달리 협상이 적어도 최악의 선택은 아니라고 보는 온건파가 힘을 얻은 것이 한 가지 요인일 것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주도하는 온건파가 반대세력을 이기기 위해 마련한 전략은 타협을 원하는 회담 참가국들의 압력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 전략이 지금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온건파는 협상에 의한 해결책으로 참고할 만한 모델을 이미 갖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 혜택과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교환한 미국과 리비아의 타협이 그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 문제의 경우 북한이 먼저 양보해야 하는 만큼 ‘리비아 모델’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영국과 유엔은 리비아가 WMD를 포기하겠다고 약속하기 전에 고위급 특사를 보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만나게 했다. 예우였다. 그리고 유엔 제재를 해제하는 등 보상 조치를 취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리비아가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았는데도 외교관계 수립 같은 보상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미국보다 훨씬 먼저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 영국 같은 역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면 에너지를 지원하겠다고 이미 제의했다. 일본은 납치 문제와 핵 프로그램, 탄도탄미사일 프로그램에 관해 북한과 양자회담을 해왔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 핵문제의 해결책은 있는가. 분명히 북한 정권의 자세가 중요하지만 일견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은 최근 미국 민간인들에게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의 일부를 보여주는 등 분위기를 나쁘게 했다. 그러나 당초 요구했던 불가침협정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안전보장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 같은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건이 좋아지면 고농축우라늄 비밀 프로그램을 해결하기 위해 발상을 전환할 수 있다는 암시도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북한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협박과 술책을 이용할 것이다. 원자로에서 핵 연료봉을 추가로 빼낼지도 모르고, 막바지에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협상안 수용을 거부할지도 모른다.

북한이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당선되면 더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관측도 있다.

여하튼 미 행정부는 두 개의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북한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입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종식시켜야 한다. 다른 하나는 협상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같은 불량 정권과는 주고받기식의 협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정책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런 모순을 해결해가며 필요한 타협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조엘 위트(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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