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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29일 1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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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이 고민하고 있다. 20여년간 한결같이 정을 쏟아준 민주당과 새로운 정치대안세력으로 부상한 열린우리당 사이에서 그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광주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대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두 당중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성가신 문제'라고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나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하늘을 찔렀다. "새천년은 무신 새천년이여, 민주당은 이름부터 갈어뿌러야해" "왜 당을 쪼개서 이 난리여, '열린뚜껑당'인지 머신지 만들어서…."
30년간 홍어를 팔았다는 김금애(65)씨는 "나이먹은 국회의원들 뽑아봤자 다 돈만 처먹고…."라며 "이번에는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라고 말해 기존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광주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도전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택시를 운전하는 안종목씨는 "어떤 분들은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5대5 라고 하고, 어느분들은 광주 6개 지역구중 민주당은 한 두석만 당선될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는 젊은층에서 열기가 높았다. 조선대 공대 2학년에 재학중인 박모씨(21)는 "민주당은 이제 식상하다"며 "인물을 보면 열린우리당이 좀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하동씨(42)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더니 민주당을 죽이려한다"며 "난 민주당이 아니면 차라리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열린우리당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광주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민주당을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누룽지표'(바닥표)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전주의 분위기도 광주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 역시 젊은층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에 대한 기대감이 표출되고 있었다. 택시기사인 김정신씨(48)는 "나이드신 분들은 민주당, 젊은 층은 열린우리당을 선호하고 있다"며 "정동영 의장이 욕 안먹고 조용히 잘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앙동의 본정통에 위치한 아담다방 주인 허춘자씨(50)는 "이곳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찾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많다"며 "TV 뉴스가 나오면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지지여부를 놓고 자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허씨는 또 "최근 열린우리당이 상승세를 타면서 과거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민주당을 응원하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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