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안되면 600억원 수출 차질”

  • 입력 2004년 2월 8일 15시 59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 지연과 미국과 멕시코간 FTA 발효로 한국 기업들이 입은 피해가 360여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관용 국회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한-칠레 FTA 비준안을 9일에 처리하겠다고 밝혔으나, 각 당 내부 사정은 농촌 의원들의 반대 등으로 복잡하다.

◆FTA지연으로 수출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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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지연으로 이미 360억원 피해

8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칠레에서 발생한 한국산 자동차와 컬러TV,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 수출 차질액은 265억원(2200만 달러)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칠레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18.8%로 2002년(20.5%)보다 1.7%포인트 떨어졌으며 휴대전화, 컬러TV(14인치 이상), 전자레인지도 3~13%포인트씩 급락했다.

또 올해 1월 1일 미·멕시코 FTA 발효로 멕시코 정부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의 타이어에 대해 종전 23% 수준이던 관세를 평균 48%로 인상하면서 약 96억원(800만 달러)의 피해가 생겼다.

멕시코는 자동차에 대해서도 50%의 고율 관세를 매기기로 해 사실상 한국차의 멕시코 진출이 거의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산자부는 한·칠레 FTA 비준이 계속 지연되면 올해 600억원(5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김 부총리 "FTA 비준 안 되면 국가신뢰도 추락"

김진표 재경부총리는 8일 한-칠레 FTA에 대한 국회비준이 무산되면 국가 신뢰도 추락으로 국제사회의 무역외톨이가 될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한-칠레 FTA 협정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과수농가에 대해 향후 7년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아침 SBS 방송 '염재호의 시사진단'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김 부총리는 "각 정당 지도자들과 관련 농민단체들이 FTA 비준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9일 국회 표결에서 통과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이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만약 나쁜 결과로 끝나면 국가신뢰도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세계에서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몽골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대외 무역의존도가 66%이고 세계 12위의 교역량으로 경제를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가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외국과 교역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 움직임

FTA 비준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실력 저지하겠다고 밝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충돌이 예상된다. 박 의장이 경호권 발동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발동할 지는 미지수다.

"군사정권 이후 경호권을 발동한 전례가 없다"는 게 이만섭 전 의장의 설명이다.

한편 민주당의 경우 서울에 지역구를 둔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이 반대 성명을 냈다. 추 위원은 "농촌 의원만 반대하는 게 아니다"면서 "정부는 칠레 농산물은 국내 농업의 보완재라고 주장해 왔으나, 과수농가 전멸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대외신인도 저하를 우려하고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칠레도 과거 2차례 타국과의 FTA 비준안을 번복한 적이 있고, 우리나라와 농산물 무역거래를 하려는 호주 등은 오히려 좋아할 것"이라며 부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기운 의원은 7일부터 단식 농성 중이다.

디지털뉴스팀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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