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리멤버 1219’ 행사 참여 각당 반응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52분


코멘트
▼“내년 총선 반드시 승리”…열린우리당 결의 다져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참석한 ‘리멤버 1219’ 행사장은 노사모 등을 비롯한 대선승리 공신들의 환호 속에서도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열린우리당 김원기 공동의장은 “썩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세우기 위해 당선 1년을 맞아 다시 한번 떨쳐나서길 요구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다시 뭉칩시다. 나갑시다. 승리합시다”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장에서 웹진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는 “지금 날씨는 혹독하지만 내년 4월엔 반드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갑수씨는 “작년 이 시간에는 노 후보가 당선만 되면 좋은 세상이 금방 올 줄 알았으나 모든 결과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며 “돼지저금통을 법으로 단죄하고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도매금으로 넘기는 등 국민들 사이에서도 정치 혐오와 냉소가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 1년 만에 축제를 하자고 모인 것이 아니며 노 후보의 승리가 시민승리인 만큼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시 한번 뛰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희망돼지’ 선거운동으로 검찰에 기소된 네티즌 아가눈물(21)은 “작년 재벌의 검은돈이 아닌 국민의 힘으로 선거를 치르고자 학교도 휴학하고 노 후보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으나 불법 선거운동으로 검찰이 몰아세우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한줌의 지지자들과 축배…민주 “노사모 대통령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노사모 등이 주최한 ‘리멤버 1219’ 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일국의 대통령이 한줌밖에 안되는 코드 모임에 쫓아다닐 만큼 한가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대선 승리 정당이면서도 야당이 된 민주당의 비판은 거세게 이어졌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전남 장성군 백양사의 서옹 스님 영결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오늘 밤 여의도에서 4500만 국민 가운데 한줌의 지지자들과 함께 축배를 한다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순(金聖順) 대변인은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이하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장관 징발과 단체장 빼가기에 이어 대놓고 사전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는 것을 보니 내년 총선이 공정하게 관리될 수 있을지 큰 걱정이다”며 “노 대통령이 노사모 대통령인지 국민의 대통령인지 헷갈린다”고 비판했다. 김경재(金景梓)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 등 일부 의원들은 이날 “망월동 영령들에게 대통령을 잘못 뽑아 미안하다고 사죄해야 한다”며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인터넷 모임인 ‘민주사랑’ 회원 10여명은 여의도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희망돼지’의 반환을 요구하며 대선 당시 사용됐던 돼지저금통을 부수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盧, 정치개혁 운운 코미디”…한나라, 정권비리 반성 촉구

한나라당 김성완(金成浣) 부대변인은 19일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리멤버 행사 참여는 노 대통령의 표리부동한 이중성과 반쪽짜리 대통령의 편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작년 이맘때 받은 검은돈으로 노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들이 줄줄이 구속돼 수사 중인데 행사에 참석해 정치개혁 운운하는 연설을 하는 것은 코미디”라며 “12월 19일 하루만이라도 ‘리그렛(regret) 1219’로 정해 자신들의 비리와 실정을 반성하고 참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대선 패배 1주년을 맞아 패배의 자성 속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이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김대중(金大中) 정권보다 더 부패하고 무능한 노무현 정권의 출범을 막지 못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뼈를 깎는 자성 속에 진정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할 것을 거듭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은 이날 비상대책위 주요당직자 연석회의에서 “대선 과정에서 노 후보측이 주장한 20만달러 수수설, 기양건설 10억원 수수설, 병풍조작 사건 등이 모두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 사건으로 드러났다”며 “따라서 전 국민은 리멤버 행사를 거부(reject)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