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4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주요 재벌 기업이 연루된 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속전속결’ 원칙을 정했다. 지난주 초 SK 외의 다른 대기업 전반으로 수사를 전면 확대한 뒤 예상을 뛰어넘는 발 빠른 수사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서 관리한 10여개의 계좌에 대해 전면적인 추적을 벌이고 있으며 한나라당의 계좌추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단서를 이미 포착한 데 이어 관련 임직원 10여명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거침없는 수사 행보에 대해 검찰 일각에서는 가시적인 수사 결과를 조기에 도출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잠재우고 수사 장기화를 막기 위해 검찰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안대희(安大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7일 대기업 수사와 관련해 “수사에 협조하면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메시지는 이미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낸 것도 수사를 마냥 미룰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수사 지연을 초래할 수 있는 변수도 곳곳에 산재해 있어 검찰의 의도대로 수사가 빨리 진행될지 단정하기 어렵다.
우선 한나라당이 이재현(李載賢) 전 재정국장의 구속 이후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 검찰로서는 큰 부담이다.
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이번 주 내내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립도 검찰 수사에는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 정치권의 자백 가능성이 극히 낮은 상황에서 삼성 LG 현대차 롯데 두산 풍산 등 수사 대상에 오른 재벌 그룹 중 일부가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검찰 수사의 속도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사를 방해할 변수가 튀어나온다고 해서 수사를 마냥 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검찰이 이번 주 무기를 총동원해 불법 대선자금의 진원지인 대기업을 겨냥할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