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병 이라크 파병]복구사업 ‘기대半’ 反韓감정 ‘걱정半’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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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배경에는 한미(韓美)관계 등 정치외교적인 원인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경제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으로 꼽힌다.

파병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로는 이라크의 전후(戰後) 복구사업 참여, 원유의 안정적 공급확보 같은 직접적인 효과가 우선 거론된다. 또 한미관계 강화에 따른 대외신인도 제고 등 간접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반미(反美)감정이 강한 중동지역의 건설 수주나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파병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경제부처, 재계,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라크 파병이 우리 경제에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건설 정유 자동차업계는 기대 커=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방침에 건설업계는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후 복구사업으로 추진되는 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권탄걸 현대건설 두바이 지사장은 “아직 한국 건설회사들이 선진국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이라크 파병이 공사 수주에서 우선권을 따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는 한국 기업이 앞으로 5년간 중동에서 최대 800억달러 규모의 플랜트 공사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이라크 유전개발 가능성과 정유시설 복구 및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의 대(對)이라크 경제제재로 그동안 중동 국가와 제대로 거래할 수 없었지만 추가 파병을 계기로 중동지역이 잠재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봉규(朴鳳圭)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최근 카타르 쿠웨이트 등을 통한 이라크 간접 수출이 월 4000만달러에 육박해 올 한 해 4억달러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파병으로 한미관계가 강화돼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도 보이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다.

▽우려하는 시각도 있어=박복영(朴馥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이라크의 혼란이 가중돼 중동 전체의 반미 감정이 커지면 한국의 중동 수출은 오히려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설 플랜트 공사 수주도 바로 효과가 있기보다는 장기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수(鄭文秀) 주 카타르 한국 대사는 “이라크의 대외부채가 3834억달러에 달해 원유 생산이 대폭 늘더라도 대규모 공사를 발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 전자업체는 중동의 반한(反韓)감정이 높아져 휴대전화와 냉장고 등 한국산 가전제품 수출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파병에 따른 직접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 형식으로 7000명 정도 파병할 경우 전투병 1인당 381만원씩 3년간 9600억원 정도 들어간다. 또 파병과 별도로 우리 정부가 제공할 것으로 알려진 2억6000만달러의 재건공여금을 합치면 이라크 파병에 따른 직접적 비용은 10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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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기자 kkh@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현대건설 “미수금 11억달러 회수 청신호”▼

건설업계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해 이라크 공사 미수대금 확보에 ‘청신호’가 켜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이라크 미수금을 보유한 국내외 민간업체 모임인 ‘워싱턴 클럽’ 결성을 주도하며 이라크 미수금 회수에 노력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일단 호재로 평가했다.

현대건설의 이라크 미수금은 11억400만달러다. 원금 7억7900만달러에 이자가 3억2500만달러. 현대건설은 이 금액의 56%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이미 회계 처리했다.

하지만 미수금이 이라크 정부의 채권이자 이라크 중앙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둔 것이어서 회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현대는 1일 미국 뉴욕주 법원 2심 재판에서 7000만달러 규모의 미수채권을 인정받았고 영국에서도 이라크를 상대로 미수채권 8억6000만달러에 대한 인정 소송을 벌일 계획이다. 또 6일 이라크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이라크 주택건설성과 중앙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미수금 회수 가능성을 타진했다.

현대건설 손광영 홍보담당 상무는 “정부의 파병 결정으로 어떤 식으로든 미수금 회수에 큰 힘을 얻게 됐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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