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총선결과 여소야대 되면 다수당에 내각 넘기겠다”

  • 입력 2003년 10월 17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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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결과 여소야대 상황이 되면 국회 다수당에 내각 구성권을 넘겨주고 참여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챙기는 일에만 전념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12월 15일 실시하자고 제안한 국민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을 경우 이 같은 내용의 참여정부 국정2기 청사진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국회연설을 통해 요구한 ‘책임총리제’를 수용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노 대통령은 재신임을 받으면 강력한 정치개혁 법안을 국회에 내놓고 내년 총선에서 심판을 받은 뒤 총선 결과 어느 쪽이 다수당이 되든 총리 지명을 포함한 내각 구성권을 전부 넘겨주겠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이 이날 “재신임 투표 문제를 정치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궁극적으로는 내년 총선 이후의 국정운영 방안과 맞물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다수당에 내각 구성권 주겠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국회 협조 없이는 대통령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지난 8개월간의 국정운영에서 뼈저리게 느껴왔다”며 책임총리제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행정자치부 장관과 감사원장 등의 인사문제가 국회에서 번번이 좌절되자 참모들에게 “내가 이렇게 해서 어떻게 대통령을 하겠느냐. 무엇으로 정치를 하겠느냐”며 무력감을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다수당이 한나라당이 되든 통합신당이 되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수당에 내각을 넘기면 국회에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총선 전 강력한 정치개혁 드라이브 건다’=노 대통령은 재신임에 성공할 경우 이를 발판으로 내년 총선까지 강력한 정치개혁 방안을 밀어붙일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누구도 받지 않으면 안 될 정치개혁 법안을 국회에 내놓고 총선을 치를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내에선 재신임 투표에서 승리할 것을 100% 확신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재신임 투표에 성공한다고 해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야당인사라고 해도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라면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총선 이후 초(超)정파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정치개혁 법안에는 현행 지역 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선거구제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대통령은 선거공약인 국정과제에만 전념’=총선 이후 노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 사항인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 △국가 균형발전 △동북아경제중심 건설 등 3대 국정과제에 매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안정적인 대국회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일상적인 부처의 일은 총리 주도로 내각에서 책임지고 대통령은 중장기 프로젝트인 국정과제에 전념할 것”이라며 “청와대도 국정과제 업무 중심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타결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은 “선(先) 최도술(崔導術) 비리 규명, 후(後) 재신임 처리라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고, 민주당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대표 회동 제의를 수락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통합신당측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으로 국정쇄신을 조기에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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