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대통령 국정쇄신부터 해야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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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추락한 상황에서 재신임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지만, 그보다는 민심이 등 돌린 요인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국정쇄신에 나서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본다. 노 대통령이 몇 달 전에라도 당시의 여당 민주당과 각계 원로 등의 ‘쓴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국정에 적극 반영하면서 인적(人的) 쇄신도 단행했더라면 대통령의 입지가 이처럼 좁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신임을 받으면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고 국정쇄신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리에 맞지 않는 얘기다. 다수의 유권자가 대통령을 재신임한다면 논리적으로 현 정부의 국정수행 방식과 내용이 지지를 받는다는 뜻이다.

요컨대 노 대통령의 ‘선(先) 재신임, 후(後) 국정쇄신’이라는 구상이 다른 정치적 정략적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하기 전에 국정쇄신부터 하는 것이 순리다. 더구나 재신임 국민투표가 현행 헌법상 위헌이라는 판단이 우세한 가운데 이의 선행(先行)을 고집하는 모습은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리는 행태로 비치는 상황이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에 이어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까지 먼저 국정쇄신을 하라고 주문했다. 야당들의 반대로 재신임 국민투표의 연내 실시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면 더욱 지체 없이 국정 난맥의 원인을 대통령 자신과 정부 안에서 찾고, 국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실시 여부조차 불투명한 국민투표에 매달려 재신임 운동 차원의 행보를 보인다면 이는 국민을 위한 대통령의 자세가 결코 아니다.

특히 인적 쇄신이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의 하나일 것이다. 예컨대 판단 능력이 태풍 속에서 뮤지컬 관람은 안 된다고 만류하지 못할 정도이고 직언(直言) 의지가 부족한 보좌진, 정책 조정력과 결정능력은 없으면서 언론과 충돌하는 데는 맹목적인 장관 등은 교체를 늦출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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