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점 많다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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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 방법으로 ‘12월 15일 전후 국민투표’를 제시했다. 재신임을 묻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법리적 정치적 논란이 많은 국가적 중대사를 서두르며 일방적으로 끌고 가려 하는 느낌이다.

당장 국민투표 방식에 대한 한나라 민주 통합신당의 의견이 제각각이다. 이 같은 이견을 사전에 정리하지 않고 집권측 의지대로 밀어붙이려 해서는 안 된다. 타당성 여부에 대한 충분한 검증작업과 정치권의 합의 없이 국민투표를 실시하려 했다간 정쟁이 격화되고 투표에 이르더라도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다. 재신임이 된다 해도 국정운영에 탄력을 받기보다 대통령 자신이 대립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

청와대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권과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서 국민투표 실시의 적법성과 현실성 여부에 대해 충분하고 면밀하게 논의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법리(法理)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안위에 관한 주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처음 재신임을 묻겠다는 이유로 제시한 ‘측근 비리와 축적된 국민 불신’이 이 조항에 적용될 수 있는지엔 양론이 팽팽하다. 일부 전문가는 분명히 위헌적, 초헌법적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현행법으로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같은 법적 인식이 옳은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재신임 제안 이후 측근 비리 등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부패정치 추방 등 정치권 전체의 문제로 확대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결코 ‘심판 받는 자세’가 아니다. 어떤 경우라도 검찰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되며 측근 비리가 묻혀선 안 된다. 대통령의 철저한 자기고백도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외치는 ‘국민투표와 정치개혁’은 현재의 정치위기를 돌파하려는 정략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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