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씨“나를 김철수 지목”황장엽씨 상대 訴

  • 입력 2003년 10월 1일 23시 26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임이 드러난 송두율(宋斗律) 독일 뮌스터대 교수는 1998년 소송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감추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송 교수는 97년 귀순한 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북한의 진실과 허위’라는 저서에서 ‘송씨는 김철수란 가명을 가진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주장하자 이를 전면 부인했다.

송 교수는 독일에 머물면서 한국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황장엽씨의 거짓 주장으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황씨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방법원에 냈다.

‘김철수’임을 부인하는 송 교수와 북한 정권 내부 인사의 증언을 내세운 황씨는 법정에서 3년여간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황씨는 99년 10월 열린 공판에서 “송 교수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얘기를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에게서 들어 알게 됐다”고 진술해 황씨 주장에 무게가 쏠리며 파문이 일어났다.

2001년 9월 서울지법 재판부는 “송씨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고 단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면서도 “황씨가 공익적 목적으로 발언한 이상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며 다소 어정쩡한 판결을 내렸다.

송 교수는 “법원이 김철수라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만큼 ‘누명’을 벗었다”면서 항소를 포기했다. 일부 언론은 “‘색깔공세’를 펼쳐온 보수 언론과의 대리전 형식으로 펼쳐진 소송에서 송 교수가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며 법원의 판결에 반색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정원 조사 결과 송 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황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 이상 황씨는 이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거나 송 교수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게 됐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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