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자단-시민단체 충돌…“김정일 타도” 외치자 항의 몸싸움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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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프레스센터 앞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집회를 갖던 국내 3개 시민단체와 북한기자들이 충돌했다. 한 북한기자(앞)가 시민단체에 항의하고 있다. -대구=연합
24일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 프레스센터 앞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집회를 갖던 국내 3개 시민단체와 북한기자들이 충돌했다. 한 북한기자(앞)가 시민단체에 항의하고 있다. -대구=연합
유니버시아드가 열리고 있는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갖던 보수단체 회원들이 북한 기자들과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선수단은 “보수단체 시위가 북한 체제를 모독했다”며 주동자 처벌과 사죄,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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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2시25분경 대구 북구 산격동 유니버시아드 미디어센터(UMC) 앞 광장에서 민주참여네티즌연대, 북핵저지시민연대, 인터넷독립신문 회원 등 20여명이 북한 기자 8명과 10분가량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 단체는 ‘김정일 타도하여 북한 주민 구출하자’ ‘김정일이 죽어야 북한 동포가 산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노무현 대통령의 ‘인공기 소각 대북 유감 성명 발표’ 사과와 북한 선수단 및 응원단에 대한 편파 보도 중단을 요구하던 중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UMC로 들어가던 북한 기자들은 처음에는 ‘현수막을 치우라’고 항의한 뒤 기사송고실로 갔다가 다시 8명이 광장으로 내려와 이 중 4, 5명이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달려들며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탈북자를 지원해 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45)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인터넷독립신문 신혜식 대표는 “폴러첸씨는 북한 기자의 구타로 넘어져 병원으로 실려 갔다. 주권찾기시민모임의 장형렬 회원도 부상해 후송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김광진 기자도 와이셔츠가 찢어지고 손가락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 기자는 “우리 장군님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노골적 도발행위이며 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기자단은 이에 대한 공식 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이 충돌은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북한의 테러 행위이며 정부가 사과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규모 시위를 가질 것”이라고 밝혀 사태가 확대될 조짐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사복 경찰관 등 70여명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보수단체 회원들과 북한 기자들이 갑작스럽게 충돌하는 바람에 제지하지 못했다.

한편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오후 발표에서 “남조선 우익보수단체 100여명이 경찰의 비호 아래 북한 체제를 헐뜯는 행위를 하고 항의하는 북측 기자들을 폭행했다”며 “남조선 당국은 반공화국 사태가 또다시 발생한 데 대해 사죄해야 하며 주동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그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담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전극만 북한선수단 총단장도 별도 성명을 통해 “반공화국 집회가 계속되는 한 경기 참가를 재고해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특별취재반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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