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긴급체포]‘검은돈 배후’ 단골… 3번째 구속 위기

  • 입력 2003년 8월 11일 23시 37분


11일 검찰에 긴급 체포된 민주당 권노갑 전 고문은 스스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버팀목’을 자처해 왔다. 1997년 대선에서 DJ가 정권을 잡자 그는 ‘밤의 대통령’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권력 실세로 행세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 전 고문은 권력의 신산과 오욕을 누구보다 경험한 굴곡 많은 정치역정을 거쳐 왔다.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해 DJ의 궂은 심부름을 도맡아 하면서 자연스레 그는 ‘검은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에 대해 “그게 바로 ‘권 보스’(권 전 고문의 별명)의 숙명이다”고 말한다.

권 전 고문이 처음 구속된 것은 97년 한보사태 때. 그는 당시 “5000만원을 줬다”는 정태수(鄭泰守) 전 한보 총회장의 자백 후 “실제 받은 돈은 그보다 더 많다”고 스스로 시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권 전 고문은 평소 자신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정거장’론을 피력하기도 했다. 돈이 생기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건네준다는 것. 측근들 사이에서는 “권 보스의 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권 전 고문은 DJ정권 초기 각종 인사에 관여하고 2000년 총선 공천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했으나 한화갑(韓和甲) 전 민주당 대표 등 동교동계 신파와의 갈등 속에서 권력의 음지로 밀려났다. 특히 지난해 5월 MCI코리아 전 대표인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권 전 고문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정치적 음모’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결국 1심에서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2일 항소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잡는 듯했다. 실제 그의 주변에서는 “내년 총선 때 서울에서 출마해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1일 다시 현대비자금의 덫에 걸려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이번에도 구속되면 세번째가 된다. 권 전 고문은 지난달 2일 진승현 게이트 무죄판결을 받은 뒤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큰절을 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가 과연 이번 파고를 어떻게 넘을지 주목된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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