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3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참관단 방북이 취소되는 과정에서 북측의 연락은 없었다.”(6일 오후)
“북측이 한나라당 의원들은 다른 소속이나 자격으로 오라는 공문을 보냈고 한나라당이 동의하지 않아 참관단 방북을 취소했다.”(7일 오전)
11일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녹화하는 KBS ‘평양노래자랑’에 참석할 참관단 100여명의 방북이 취소된 데 대한 KBS의 달라진 해명이다. 불과 40여시간 만에 KBS의 해명이 세 차례나 바뀌었다.
특히 KBS 남북교류협력기획단은 6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로 남북 관계가 어려워진 시기에 정치인이 포함된 참관단을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방북 취소 결정이 자체 판단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날 한나라당의 이야기는 달랐다.
고흥길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5명은 성명을 내고 “북측의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가 이금철 실장의 명의로 한나라당 의원의 자격 문제를 거론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우리는 국민의 대표로 평양 방문을 결정했던 것이며 다른 신분으로는 갈 수 없으니 방북을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참관단에는 같은 당의 강신성일 신영균 이윤성 정병국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북측이 왜 한나라당 의원의 자격만 거론했는지가 의문이지만 아무튼 KBS는 이를 공론화하지 않았다.
KBS는 5일 “한나라당 의원이 못 가면 참관단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북측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KBS는 북측의 사실상 ‘선별 입북’ 통보와 한나라당 의원의 거부로 참관단 방북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는데도 이를 숨기기에 바빴다.
모든 것이 드러난 7일 KBS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었다. “한나라당과 관련된 일이어서 먼저 알릴 수 없었다”는 것이다.
‘평양노래자랑’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남북 양측은 ‘평양노래자랑’에서 출연자의 자존심(?)을 생각해 ‘땡’ 소리를 내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이유로 순수한 문화교류 행사에 정치적 트집을 잡은 북측과 이를 둘러댄 KBS의 태도는 ‘땡’이다.
조경복 문화부 기자 kathych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