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人 건국훈장 수훈자 탄생하나…외교부 "시기상조" 반대

  • 입력 2003년 8월 5일 18시 41분


코멘트
일제강점기 한국인을 도운 일본인 변호사에 대한 건국훈장 수여 문제를 놓고 정부 내의 의견이 갈려 첫 일본인 건국훈장 수상자가 탄생할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일본의 식민통치 기간 중 한국 독립투사의 무료변론에 앞장섰던 후세 다쓰지(布施辰治·1880∼1953·사진) 변호사를 올해 건국훈장 애족장 수상자로 최근 내정했다. 그는 공훈심사위원회의 3차례에 걸친 공적심사를 지난달 말까지 모두 통과했다.

보훈처의 한 관계자는 “후세 변호사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을 적극 지지하고 일제의 인권탄압에 맞서 싸우다 옥고를 치른 점 등을 감안해 신중한 논의 끝에 수훈자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훈처가 행정자치부에 포상을 추천, 확정될 경우 광복절인 15일 첫 일본인 건국훈장 수상자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보훈처의 서훈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외교부는 후세 변호사가 한국인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건국훈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기보다는 변호사로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최근 유사법제 제정과 잇단 망언으로 외교 불화를 초래하고 있는 일본 국민에게 건국훈장을 추서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그의 공적사항에 대해서도 별도의 확인과정이 필요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교부의 이 같은 견제에 보훈처는 “부처간 이견이 첨예한 만큼 당분간 포상 신청을 보류할 방침”이라고 밝혀 경우에 따라선 후세 변호사의 훈장 추서는 내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올해로 3년째 후세 변호사의 독립유공자 포상을 추진해온 정준영(鄭畯泳·64) 역사교훈실천시민운동연합 대표는 “독립유공자 포상심사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사항을 존중해야 하며 일본의 양심세력들과 민간외교의 가교를 놓는 차원에서라도 후세 선생에 대한 훈장 추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복 이후 건국훈장을 받은 외국인은 2001년 현재 44명이나 일본인은 없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