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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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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를 따지기에 앞서 정 회장은 남북교류 확대를 위해 진력한 대표적 기업인이었다. 그가 부친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추진한 대북사업이 상당부분 남북화해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의 대북사업에는 이익을 좇는 기업가의 생각만이 아니라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하려는 간절한 소망 또한 담겨 있었을 것이다. “유분(遺粉)을 금강산에 뿌려 달라”는 부탁을 담은 유서에도 남북경협 성공을 바라는 원망(願望)이 배어 있다.
그러나 현대가 주도한 대북사업은 결과적으로 기업 총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남북교류가 정상적으로 출발해 투명하게 진행됐다면 특별검사팀이 구성돼 남북정상회담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칠 필요도 없었고 ‘150억원+α’ 의혹 규명을 위해 검찰이 나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대표적인 남북경협사업인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건설의 의미가 대다수 국민에게 외면을 받을 정도로 퇴색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정 회장의 자살은 남북경협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늦었지만 남북경협은 이쯤에서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대북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잘못이 드러나면 과감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실정법을 어기는 ‘죄인’을 양산하고 아까운 기업인이 목숨을 버리게 만든 잘못된 남북경협을 왜, 누구를 위해 지속해야 하는가.
정부는 남북 경협사업이 흔들림 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경협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는 먼저 기업인을 이용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텄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책임을 전가해 정 회장의 비극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남북경협의 후유증으로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 평화번영정책의 정신에도 어긋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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