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梁실장 사건 부끄럽지만 언론 무서워 자르진 않아”

  • 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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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양길승(梁吉承)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향응 파문’과 관련해 “잘못된 일”이라고 하면서도 “언론 때문에 양 실장을 퇴직시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2일 장차관급과 대통령비서실 고위 참모진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차 국정토론회’에서 양 실장 향응 파문과 관련해 “별로 자랑할 일이 아니고,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으면 후속보도가 나오고 그걸로 청와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권고 때문에 양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양 실장이) 억울한지 밝히고 난 뒤 (사표 수리를) 해도 되는데도 언론 때문에 수리해야 하나?”라며 “후속기사 두려워서 아랫사람 목 자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 실장은 3일 “근무하기 힘든 심경이지만 대통령이 사건 진상을 재조사한 후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상 근무를 하면서 결정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문희상(文喜相) 대통령비서실장은 2일 비서실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양 실장 향응 파문과 관련해 “얼마 전 발생한 비서실 직원의 ‘물의’로 인해 국민의 심려가 크다”며 “이번 일을 우리 스스로를 가다듬는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자”고 당부했다.

문 실장은 “대통령을 지근한 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 직원들의 몸가짐과 마음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도덕적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설 수 없으며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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