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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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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양길승 대통령제1부속실장 향응 파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시의적으로도 부적절했다. 마치 ‘양 실장 파문’이 언론보도 탓에 일어난 것으로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 실장이 공직자로서 바른 처신을 했다면 그런 보도가 나올 수 있었겠는가. 노 대통령은 “후속보도가 두려워 아랫사람 목 자르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양 실장의 사표는 후속보도가 아니더라도 수리돼야 했다.
지금 이 정부는 국정난맥상에 대해 ‘내 탓’보다는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오늘의 국정위기는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편가르기식 리더십과 미숙한 국정운영에 주요 원인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국정 난맥을 비판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것은 언론의 임무다. 노 대통령이 일부 언론이 위기를 확대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장차관들에게 “여러분도 (언론의) 횡포에 맞설 용기가 없으면 그만 두라”며 독전(督戰)까지 했다면 이는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이다.
노 대통령이 “매우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기사는 민사소송을 할 수도 있고 이를 위한 전문기관과 예산이 있어야 한다”고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언론도 완벽할 수 없고 개혁해 나가야 할 부분도 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있을 경우 관련법 절차에 따라 대응하면 된다. 권력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문화관광부는 ‘언론피해 구조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언론환경이 더욱 악화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민주주의는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지속적이고 면밀한 감시를 받는 대상이 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언론은 이를 위한 불가결한 장치다.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언론을 타도해야 할 대상쯤으로 여긴다면 민주주의는 발전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지나친 피해의식에서 언론에 대해 감정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지금 ‘언론과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국정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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