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게이트' 대선자금으로 비화]鄭대표 "왜 나만" 폭로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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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자금 규모까지 폭로하며 청와대를 겨냥해 강공을 퍼붓고 나서자 청와대측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 대한 도덕성 시비로 번질 것을 우려하며 긴급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 대표 왜 대선자금 폭로했나=정 대표가 자신의 굿모닝시티 자금 수수에서 시작된 논란을 대선자금 문제로 확대시켜가며 반격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1차적인 배경은 “왜 하필 내가 당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 주변에서는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尹彰烈)씨가 검찰에서 다른 여권 핵심 실세들과 관련된 사항을 진술했는데도 이 사람들 것은 덮어두고 유독 정 대표만 문제 삼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 대표를 희생양 삼는 선에서 굿모닝시티 파문을 덮으려는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대표는 10일 저녁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30여분간 독대해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노 대통령 주변 인물의 대선자금 문제를 폭로하는 등 공세의 강도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여권 핵심과 모종의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정 대표가 대선자금 등을 거론하는 데는 거액 자금 불법 수수라는 개인 문제를 여권 전체의 문제로 바꿔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황한 청와대=청와대측은 정 대표의 폭로에 대해 일단 “대선자금은 당 선대위에서 관리했고, 노 대통령은 일절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번 정 대표의 폭로로 인해 ‘깨끗한 돈’만으로 선거를 치렀다는 그동안의 주장이 퇴색하게 된 것은 물론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어 결과적으로 앞으로의 국정 운영 추진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 대표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 대표가 굿모닝시티 문제를 회피하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데, 잘못 짚었다. 우리가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정 대표가 이미 4억2000만원 수수를 인정한 마당에 이를 없었던 것으로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 대표로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현명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며 정 대표의 대표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정 대표가 일단 강수를 던진 이상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노 대통령의 개혁성과 도덕성을 앞세워 신당을 추진해오던 민주당 주류측도 대선자금 논란이 정권 주체세력의 정통성에 상처를 주고, 결과적으로 신당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며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鄭대표 자금수수 의문점▼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11일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열(尹彰烈)씨로부터 받았다는 4억2000만원을 ‘선거자금(정치자금)’이라고 주장했으나 자금의 성격을 둘러싼 의문점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먼저 정 대표는 당초 ‘지난해 12월 대선자금조로 2억원을 받은 게 전부’라고 주장했으나 뒤늦게 같은 해 4월 2억원을 수수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특히 4월에 수수한 2억원은 영수증 처리라는 정치자금의 기본 양식조차 갖추지 않은 데다 법인이 정치인 개인에게 기부할 수 있는 한도액(5000만원)을 크게 웃도는 위법성 자금인 셈이다.

또 12월에 받아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에게 넘긴 2억원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액수는 맞지만 내 명의로 5000만원의 후원금 영수증 처리를 한 적이 없다”며 정 대표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한 당직자는 “당초 정 대표가 2억원을 특별당비로 내놓은 뒤 올 1월 뒤늦게 후원금 영수증 처리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올 6월 정 대표가 5000만원을 내 개인 후원금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해왔으나 거절했다”고 말해 수수자금의 사후 처리를 둘러싸고 두 사람간에 갈등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5000만원은 결국 합법적인 정치자금 형식을 갖추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 당시 정 대표가 조달해 이 총장에게 넘겼다는 10억원에 대해서도 이 총장은 이날 처음에는 “6억, 7억인가, 7억, 8억인가 될 것”이라고 말하다가 모처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10억원”이라고 정정, 자금 규모를 둘러싸고도 의혹을 낳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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