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가 취업”발언에 정부 “예산-法개정문제 더 꼬여”

  • 입력 2003년 7월 9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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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정찬용(鄭燦龍.사진) 대통령인사보좌관이 8일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을 공기업 등에 취업시키거나 부대시설 운영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9일 우려를 표명했다.

가뜩이나 각종 유공자에 대한 보상 확대 경쟁이 끊이지 않는 바람에 정부 예산 부담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 보좌관의 발언이 이런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걱정이었다.

9일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등에는 유공자 보상 대상을 확대하고, 보상금을 높이기 위한 관련 법률 개정안이 4건이나 계류 중이다.

‘독립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은 독립유공자에게도 광주민주화유공자처럼 사망보상금을 지급하고, 유족의 범위를 현행 ‘손자녀’에서 ‘증손자녀’로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상금 및 연금 지급 대상이 9954명 증가해 2687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고 기획예산처는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광주민주화유공자는 사망보상금만 받을 뿐, 독립유공자들이 받는 연금은 받지 못하고 있는데도 광주민주화유공자처럼 사망보상금을 달라며 법률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법 개정안’은 무공수훈자의 명예수당(월 8만원) 지급연령(65세 이상) 조항을 삭제해 그 대상자를 현행 2만8000명에서 4만2000명으로 늘리자는 내용으로 이에 따른 추가 재정 부담은 연간 178억원.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도 참전명예수당(월 5만원) 지급연령(70세 이상) 조항을 삭제해 그 대상자를 21만명에서 32만2000명으로 확대하자는 것으로 추가 부담은 연간 731억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측은 “지급연령을 ‘65세 이상’으로 낮춘 참전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이 이미 4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도 이 법안을 ‘또 개정하자는 격’이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정찬용 보좌관이 우대 방침을 밝힌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관련된 법률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사망보상금을 최저 1억3000만원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 법사위 박성득(朴成得) 전문위원은 “국가배상법상 산정 절차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는 다른 유공자의 사망보상금과 달리 민주화운동 관련자만 보상금 하한선이 정해지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측의 민주화운동가 배려 방침은 이중특혜나 다른 유공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특히 이런 논란이 커져 ‘민주화운동’을 보상이나 받기 위해 한 것처럼 비하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각종 유공자 보상 관련 법률 내용
보상 법률(제정일자) 대상자금전적 보상사회적 예우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법(1984.8.2)-상이군경, 미망인· 유족, 공상공무원, 무공수훈자 등 총 20만9387명-보상금 간호수당 생활 조정수당 사망일시금 등 지급-의료비 지원-양로 양육 수송시설, 고궁 등 무료 이용-국립묘지 안장 등
독립유공자 예우법(1994.12.31)-애국지사(338명) 와 그 유가족 등 총 4340명-보상금 예우금 생활조 정수당 사망일시금 사망조의금 등 지급-본임 및 유족 취업 알선-취업시 10% 가점 -대학까지 무상교육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2000.1.12)-4993명(8일 현재)-사망자, 행방불명자, 상이자에 대해 보상금-의료 및 생활 지원금-적정 절차를 거쳐 명예회복 사실 언론에 공표 등
참전유공자 예우법(2000.1.28)-6·25 및 베트남전 참전유공자 총 40만2926명-참전명예수당 (70세 이상) 월 5만원-장례보조비 15만원-의료비 10∼50% 감면-호국용사묘지 안장 -고궁 입장 등 10종류 할인
광주민주화유공자 예우법(2002.1.26)-사망 및 행방불명 자(209명) 등 총 3793명 (6월30일 현재)-보상금 및 기타 지원금 지급-채용시험 10% 가점-대학까지 공납금 면제-국내항공료 30∼50% 할인-TV수신료 면제
자료:국가보훈처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 위원회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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