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특검연장 거부 시사]"뜨거운 감자" vs "설익은 감자"

입력 2003-06-22 18:33수정 2009-09-2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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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특검이 남긴 ‘미완성 작품’을 뒤처리하는 곳이 검찰인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대북 송금 특검 수사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의사를 표명하자 검찰 수뇌부가 고심에 빠졌다.

특히 현대측이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양도성예금증서(CD)로 건넸다는 150억원이 ‘정치비자금’ 논란을 빚어온 만큼 자칫 검찰이 정쟁(政爭)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감돌고 있다.

검찰은 150억원 정치비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내심 특검 수사 기간이 연장되기를 기대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에 따라 강금실(康錦實) 법무부 장관이 21일 노 대통령을 만나기 전 “정쟁이 예상되는 사안은 특검이 수사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간부들도 “150억원의 사용처에 대한 수사는 특검의 공소 유지에 필요한 사안”이라며 “(대통령이) 특검 수사팀의 의견(수사기간 연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일단 노 대통령의 최종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 노 대통령의 ‘시사성 발언’에 부정적으로 반응할 경우 자칫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특검 수사 기간 연장 문제는 대통령의 권한이어서 검찰이 가타부타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현재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은데 검찰이 이를 떠맡게 되면 오히려 수사 미진에 대한 비판을 덮어쓸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특검에서 불거진 사안은 특검이 해결하는 게 원칙”이라며 “의혹은 특검이 제기해놓고 마무리를 검찰이 맡아야 한다면 특검을 왜 시작했느냐”고 반문했다.

올 2월 대북 송금 관련 고소장을 접수했을 때 이를 ‘수사 유보’한 뒤 정치권에 칼자루를 넘겼던 ‘전력’도 검찰의 고민거리. 수사 결과는 수사 기관의 신뢰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검찰이 향후 특검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십분 파헤친다 해도 여론이 이를 수긍해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대북 송금 관련 고소장을 접수했을 때 “수사를 유보하는 것이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이익을 위해 타당하다”며 사실상 이를 ‘정치적 사건’으로 개념 규정해 논란을 빚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설익은 감자"▼

2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을 불허(不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검팀은 바쁜 움직임을 보였다.

휴일엔 보통 쉬던 관례와 달리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 박광빈(朴光彬) 김종훈(金宗勳) 특검보, 특검 보고서 작성을 맡고 있는 이인호(李仁鎬) 변호사 등 특검팀 핵심 관계자들은 이날 이례적으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팀 사무실에 출근, 마무리 정리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반해 박 특검보를 제외하고는 계좌추적 및 피의자 조사를 담당하는 수사 담당자들은 대부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는 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 거부에 대비해 추가 수사보다는 지금까지 나온 수사 결과들을 정리하고 종합, 분석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

특검팀 관계자들은 이날 수사기간 연장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미 수사기간 연장을 노 대통령에게 요청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지 미리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특검팀 관계자들의 얘기.

그러나 특검팀 일각에서는 “수사기간 연장이 불허돼 이 정도 선에서 마무리될 경우 과연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된다”는 조심스러운 반응도 흘러나왔다.

수사기간 연장이 거부될 경우 특검팀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우선 150억원의 구체적인 수수 경위와 사용처 부분. 이 자금의 돈세탁을 주도한 김영완(金永浣·50)씨가 해외로 도피중인 상태에서 1차 수사 마감 기한인 25일까지 이를 밝혀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신 검찰이 요청한다면 관련 자료는 넘겨줄 수 있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 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미완의 수사’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팀은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듯 수사기간 연장이 거부된다면 현재 수사 내용을 정리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는 나름대로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미진’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해도 특검팀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특검팀은 이 사건 핵심 관련자 17명 가운데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12명에 대해서는 대부분 불구속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국민의 최대 관심인 ‘대북 송금 자금의 성격’은 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특검팀은 “특검법 상 수사 결과를 보고물로 내놓으라는 규정은 없으며 수사 결과는 기소할 경우 공소장과 불기소할 경우 국회와 대통령에게 내는 사유설명서로 충분하다”고 밝혀 수사 결과 발표도 공식적으로는 하지 않을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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