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특검조사 불가피할듯…'정상회담-北송금 연계' 정황드러나

입력 2003-06-18 18:42수정 2009-09-2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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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현대측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 명목으로 150억원을 받았다는 정황을 특검팀이 확보하면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김 전 대통령 등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그동안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송금은 별개의 문제”라고 줄곧 주장해왔다.

정상회담은 남북화해를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이뤄졌고, 대북 송금은 대북 사업을 진행하던 현대가 주도하고 정부는 ‘송금 편의’만 제공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현대측에 정상회담 준비 비용으로 150억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는 김 전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정상회담과 대북 송금이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박 전 장관이 현대측에 돈을 요구하고 받는 과정 및 돈의 사용처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이 사전 사후 보고를 받거나 논의한 적이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특검팀의 입장이다.

김 전 대통령이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면 ‘통치행위론’은 상당히 훼손될 수밖에 없다. 150억원이 정상회담 준비용이 아닌 정치자금 등으로 전용됐다면 더욱 그렇다.

이날 박 전 장관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특가법상 뇌물수수로 되어 있는 점도 통치행위론을 무색케 하는 사안이다.

김 전 대통령이 대북 송금 과정 전반에 대해 사전 보고를 받거나 사후에 승인했는지도 중요한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모두 김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특검 수사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정상회담을 위한 1∼4차 예비회담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당시 정상회담에 대해서만 논의했고 대북 송금 얘기는 꺼낸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임동원(林東源)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도 대북 송금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환전 편의를 제공하거나 산업은행 대출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가 좀 더 진행되면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차 예비회담에서 대북 송금이 논의됐으며 4차 회담에서 최종적으로 송금이 결정됐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고, 박 전 장관 등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그 ‘허점’에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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