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국가개조론' 속의 언론

입력 2003-06-18 18:27수정 2009-10-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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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재림하면 제일 먼저 ‘기자가 왔는가’를 묻는다고 한다. 만약 기자가 없다면 예수는 다시 돌아간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예수가 재림했다고 발표해주지 않는다면 예수 재림의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있는 ‘국가개조론’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책으로 알려진 고려대 윤성식(尹聖植) 교수의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에 나오는 내용이다.

윤 교수는 이 대목을 소개하며 “언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부개혁의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성공한 개혁도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국민이 알지 못하고, 실패한 개혁도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묻혀버린다”고 언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근거로 정부에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

“정부는 (정부개혁에 대한) 언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파악하고 언론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개혁이 진행되어도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면 소용없다. 개혁은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국민은 언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윤 교수는 정부개혁의 성공을 위한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언론은 비판이 생명이기에 비판을 해야 하지만, 정부개혁에 대해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건설적인 비판이 아닌 파괴적인 비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언론이 정부개혁에 침묵한다면 아마 대통령선거에서 (정치개혁이) 공약으로 등장하지도 않을 것이며 정부도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이야말로 경우에 따라 정부개혁을 촉발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정리했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이미 이 책을 정독했고, 취임 후 장관들에게도 일독을 권할 정도로 이 책의 내용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이 세무공무원과 경찰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개혁주체세력 구축’ 발언 중에는 윤 교수의 지적과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유독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부문이 있다. 언론이다. 노 대통령은 정부개혁의 방법론에 대한 언론의 비판과 우려를 ‘딴죽 걸기’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잘잘못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가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언론의 지지 없이 정부개혁의 성공은 없다’는 윤 교수의 지적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개혁에 대한 언론의 지지를 얻는 첫걸음은 언론도 정부개혁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윤 교수의 지적을 액면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형권 정치부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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