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운영 중심이 경제라더니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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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운영의 중심을 경제에 두겠다고 밝혔지만 경제부처들이 노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일부 장관은 대통령의 뜻과 반대로 움직이는 엇박자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대기업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공정거래위원회는 6대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과 부처가 겉돌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부당내부거래는 해당 기업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좀먹는 문제로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다.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겠다며 대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나서는데 공정위는 대기업을 조사하겠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기업 투자가 시급하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은 정확하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판국에 인위적으로라도 투자를 유도해야 자금시장도 생산도 소비심리도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를 끌어내려면 정부가 먼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참여정부가 ‘친 노동계, 반 기업적’이라는 의구심을 해소시키지 않는 한 기업들은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확인시켜 줘야 한다.

4일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 투자를 유도할 만한 정책이 나오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의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래서는 기업들이 정부를 믿고 투자를 늘릴 수 없다. 대통령은 불필요한 수도권 억제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첨단 반도체 공장마저 증설할 수 없는 규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과 장관들의 엇박자 행보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해 불확실성을 키우게 마련이다. 장관들이 소신을 갖는 것은 좋지만 이 소신은 정부 전체의 정책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펼쳐져야 한다. ‘대통령 따로, 장관 따로’ 식의 소신은 국정 운영에 장애가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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