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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3일 0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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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2일 재외 공관장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한총련의 광주 5·18시위 사건 수습 후일담을 소상하게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요즘 문화의 충돌을 많이 느낀다”고 말문을 연 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권위가 많이 손상됐기 때문에 경찰을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내 생각에는 시위 도중 막히면 되돌아가기도 하고, 위법한 사람이 있으면 처벌하고, 미리 막지 못한 사람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었다고 하면 엄벌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뒷문으로 들어갔지만 정치하는 것 자체가 죄인이라서 괜찮은 것 아니냐. 그런데 가장 민주적이고 시민적인 신문도 ‘경호가 구멍 뚫렸다’, ‘대통령이 500m를 걸어갔다’고 보도했다”면서 “그래서 ‘아, 이게 문화의 충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웨덴의 팔메 수상이 경호 없이 영화관에 갔다가 정신이상자에게 저격당해 사망했는데 계엄령도 없이 평온하게 장례를 치렀다”며 “그런 민주주의를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경호가 삼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두렵게 느껴지지 않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소망하는 사회는 지도자의 사고에도 불구하고 시스템과 매뉴얼만 있으면 그대로 돌아가는 사회라는 것이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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