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발언 파문 확산

  • 입력 2003년 5월 22일 15시 00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5.18행사추진위원회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총련등 최근의 잇단 집단행동과 관련 “전부들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니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한 발언을 두고 한나라당이 “국가 지도자의 발언으로는 경솔하다”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정치권, 네티즌등 사회 각계에서 파문이 일고 있다.

▼ 정치권 반응 ▼

한나라당 김영일 사무총장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말이다. 이런 혼란과 위기에 대한 1차적 책임은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 지나친 포퓰리즘, 독단적인 국정운영에 따른 자승자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배 정책위원장도 “대통령직은 해먹고 못해먹고의 차원이 아니다. 6,7월 무디스 평가를 앞두고 국가신용등급을 낮춰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국민노릇도 못해먹겠다는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 野 "국민 노릇도 못해 먹겠다" 盧발언 맹비난
- 盧발언…法질서 혼란 위험수위 인식
- 盧대통령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위기감"

이에 대해 盧대통령의 참모진은 “대통령의 고뇌는 싹 빼놓고 말꼬리만 잡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내 일부 중진들은 “충분히 준비되고 절제된 표현을 써야 대통령의 권위가 확립된다”며 "깊은 고뇌를 거친 대통령의 발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21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盧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만찬에서도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대통령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네티즌 반응 ▼

◇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대다수의 네티즌이 盧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대통령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나약한 발언이라고 입을 모았다.

babo2468라는 네티즌은 “일국의 대통령이 이만한 일로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고 하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며 “가뜩이나 어수선하고 어려운 경제 속에서 힘들어하는 국민들이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지난 대선때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였던 네티즌 박모씨는 “이제 겨우 취임한지 석달 남짓인데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이 확고한 원칙과 철학을 지켜야 국민들이 덜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그 정도의 일로 대통령직을 못하겠다면 차라리 '하야'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 “자업자득이다” = 일부 네티즌들은 노동자, 학생, 전교조 교사 등이 노무현 정권의 주요 지지기반이기 때문에 이들의 불법에 대해 온정적으로 대응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며 이 같은 사태의 책임은 盧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다.

특히 dbsfl3412라는 네티즌은 “盧 대통령은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을 통치 수단으로 삼아 잠자던 사회 갈등을 깨워 일으켰다,”며 “盧대통령은 자신이 던진 부메랑에 자신이 맞은 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진보 개혁 세력을 자처하는 네티즌 gangrok씨는 “대통령자신의 개혁에 일관성이 없어서 생긴 일”이라며 “대선때 약속했던 개혁을 추진하기 보다는 점점 지지층을 외면하는 노선을 걷는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 “답답한 심정 이해간다” =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것은 가벼워 보이지만 각 집단들이 문제 해결을 위해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는 최근의 상황을 보면 무리도 아니라는 견해도 있었다.

sant2000이라는 네티즌은 “정치권, 법조계, 언론, 노동계, 학생운동권 등 여러 집단에서 대통령에게 맞서려는 듯하다”며 “새 대통령의 경우 역대 정권에 비해 대화와 타협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상대측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비난의 화살을 사회 이익집단에 돌렸다.

또 네티즌 seogjoon씨는 “매사에 대통령을 잡아 어떻게 해보려는 집단들에 대해 이제부터라도 단호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 盧 대통령 “잠시 머리 식히 겠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23일(금)부터 25일(일)까지 2박3일간 경남 거제시 저도에 있는 해군 휴양지 청해대(靑海臺)로 휴가를 떠난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저녁 “盧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이후 현안을 처리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면서 “청해대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구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