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分黨 조짐]구주류 “신당논의 국민도 피곤 빨리 이혼하는게 낫다”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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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는 신·구주류간의 갈등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민주당은 이날 정균환(鄭均桓) 총무 등 구주류측의 요청으로 의총을 열었으나 정대철(鄭大哲) 대표,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 및 정동영(鄭東泳)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신주류 대부분이 불참했다.

대신 박상천(朴相千) 김상현(金相賢) 김옥두(金玉斗) 강운태(姜雲太) 이협(李協) 최명헌(崔明憲) 의원 등 구주류와 일부 관망파 의원 40명이 참석해 이날 의총은 의결권이 없는 간담회로 진행됐다.

동교동계인 이훈평(李訓平) 의원은 대표석을 바라보며 “우리 대표님 어디 갔어요?”라며 비꼬았고, 최선영(崔善榮) 의원은 “국민들도 피곤해하니 빨리 합의이혼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자연히 의총장은 신주류에 대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유용태(劉容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의 공천을 받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신뢰와 호남지역을 배경으로 국회의원 된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매도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운태 의원은 “신당은 논의할 수 있고 추진할 수 있지만 정도와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임시지도부 성격의 ‘당 발전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충조(金忠兆) 의원은 “과거 독재정권도 늘 개혁을 앞세웠다”며 신당파를 ‘개혁 독재’로 비난하면서 “민주당은 정통성과 50년 법통을 지켜온 정당이기 때문에 당내에서 신당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회장인 최명헌 의원은 “나 자신이 처참해진 느낌이다. 우리 당이 국민에게 밥그릇 싸움만 하는 이미지를 줄까봐 걱정이다”며 “당 대표는 다양한 의견을 취사선택하는 역할을 해야지 특정 모임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며 정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균환 총무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에게 이른 시일 안에 당이 의원 연찬회를 주최해 신당 문제를 공식 논의하는 등 당내에서 신당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세력이라고 달라붙는 사람들은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기려는 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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