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국정 TV토론]정치발언 요지

  • 입력 2003년 5월 1일 23시 41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일 밤 MBC ‘100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 핵문제와 정치개혁, 경기대책 등 국정 전반에 걸친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과 일문일답 형식으로 토론회를 가졌다. 다음은 정치분야 토론 요지.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과 서동만(徐東晩) 국정원 기조실장 인사 문제로 한나라당이 사퇴권고안을 내는 등 파란이 일고 있다. 개혁적인 인사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국회의 권한을 존중해 여야 총무를 부르거나 해서 협조를 구할 수 있지 않았나.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절대적인 선택이 있는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선택하는 것이다. 고 원장과 서 실장이 인간적으로 훌륭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국정원을 앞으로 어떻게 개혁해 나갈 것인가이다. 개혁의 과제와 국회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를 놓고 부득이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국정원을 봉사하는 국가 기관으로 되돌려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야당이 찬성하지 않더라도 개혁을 해야겠다. 이런 일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어렵게 선택했는데 국회의 지지받지 못해 아쉬웠지만 개혁을 우선 선택했다. 국회와 상의를 드리는 것도 좋지만 국회의 기세가 등등해서 문전박대 당하기 십상이어서 일단 임명하고 추후에 설득하고자 했다.”

―국정원 개혁에는 굉장히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호남 세력들에 대한 인적 청산도 포함되는가.

“국정원의 책임을 지는 주요 간부들의 신원을 다 검증해보지 않았다. 지역적인 출신 분포도 다 따져보지 않았다. 이제 임명한 국정원장 기조실장 차장들이 국정원을 제대로 개혁해나가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측근이라는 말 싫어한다는데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 연구소 부소장이 나라종금 사건으로 오랫동안 시끄럽게 했는데 이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았으며 그 시점이 언제인지 말해 달라.

“이 문제에 대해서 무슨 사실을 말하기 이전에 국민에게 죄송하고 또 난감한 심정을 솔직히 고백한다. 측근 용어를 싫어하지만 안희정씨는 내 측근이 맞다. 안희정씨를 내 동업자라고 말해왔고 동지라고 감히 말한다. 내 입장을 밝히려고 한두번 시도했는데 나를 보좌하는 참모들의 반대로 밝히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공정성에 국민의 의혹이 있는데 대통령이 먼저 말하면 수사의 신뢰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는 만큼 입 다물고 참으라고 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나중에 다 밝히겠지만 안희정씨는 나를 위해 일해 왔고 나로 말미암아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문제는 나중에 기소와 수사가 끝날 즈음에 국민에게 입장을 밝히겠다.”

―안희정씨가 대통령이 맞을 매를 대신 맞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가부 답변을 드리면 추측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일해 온 사람, 사리사욕을 위해 일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이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새 정부 들어 호남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닌데도 정치적으로 정략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고 있고 참모들이 대통령의 귀를 가리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호남 소외론을 말하기 전에 어떤 참모도 내 귀를 가로막지 못한다. 지금은 독대라는 것이 없어졌다. 토론을 거치지 않으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인터넷도 직접 들어간다. 사실 호남 소외다라는 것에 대해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자리 수 몇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요직이 중요한 것이다. 같은 1급이라도 어느 부처에 편중이 있으면 다른 부처에는 그 반대의 편중이 있다. 호남 여부를 놓고 말할 때도 아버지가 호남이면 호남인지, 초등학교까지 나오면 호남인지 등을 가늠하기 어렵다.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초기에 부산에 선거 지원을 갔는데 호남 독식론이 나왔다. 400만 시민 중에 1만명이 재미 봤을 수 있지만 그게 부산 시민 여러분이 편중 인사를 놓고 말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명문 고등학교들의 기득권이 있다. 그런 문제들이라서 답변 드리기가 쉽지 않다.”

―서 실장 임명 강행에 대해 야당에서는 폭거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아무런 복안이 없이 일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공무원 5, 4급부터 전체적으로 지역 편중이 없도록 양성 과정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야당은 처음에 추경도 통과시키지 않고 국회 모든 법안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했는데 최대한 시간을 두고 시간이 가면 가라앉는다. 새로운 주제를 갖고 협력할 일이 있을 때 긴장과 갈등 관계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제 경험으로는 나도 야당을 많이 했는데 야당은 국민들의 눈치를 본다. 여론이 아니다 싶으면 한두 걸음 물러서고 유리하다 싶으면 더 나아가고 그런다. 이것은 게임의 원리다. 야당과 진지하게 대화하고 설득하겠지만 국민의 판단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토론자 명단▼

손호철(孫浩哲) 서강대 교수

서명숙(徐明淑) 시사저널 편집위원

김윤자(金潤子) 한신대 교수

김상철(金相哲) MBC 경제부 기자

김영희(金永熙) 중앙일보 대기자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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