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구후보 인사청문회]高후보와 얽히고 설킨 인연

  • 입력 2003년 4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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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영구(高泳耉)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생명의 은인(恩人)’에서부터 ‘악연(惡緣)’에 이르기까지 고 후보자와 얽힌 각종 인연이 드러나 화제가 됐다.

먼저 고 후보자를 생명의 은인이라고 평소 스스럼없이 밝혀온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 의원은 이번 청문회에 앞서 정보위원들을 찾아가 “고 후보자는 내 생명의 은인인 만큼 잘 봐 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당 이윤성(李允盛) 의원의 질의를 통해 공개됐다. 1981년부터 재야 활동을 같이하면서 시작된 고 후보자와 이부영 의원의 인연은 이 의원이 1986년 인천 5·3사태 배후조종 혐의로 수배되자 고 후보자가 자신의 집에 5개월간 숨겨주면서 더욱 깊어졌다. 고 후보자는 이 의원의 2대 후원회장을 4년간 맡기도 했다.

고 후보자의 또 다른 ‘후원자’는 바로 이날 청문회의 사회봉을 잡은 김덕규(金德圭) 정보위원장이다. 고 후보자와 김 위원장은 11대 국회 때 같이 정치에 입문했고, 재야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부인들은 친목계를 함께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김 위원장은 고 후보자의 그린벨트 내 주택소유 문제가 불거지자 사석에서 “20년간 잘 알고 지낸 사이라 그 집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며 “고 후보자는 정말 원칙론자”라며 해명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고 후보자를 둘러싼 악연도 만만치 않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매서운 질의를 퍼부었던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과 고 후보자는 1992년 이른바 ‘중부지역당 김낙중 간첩사건’ 당시 안기부 수사차장보와 변호사로 만났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정 의원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김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했지만, 고 후보자는 이 사건이 안기부에 의해 조작됐다며 김씨의 구명운동을 벌였다.

고 후보자는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서동만(徐東晩) 교수와도 기이한 인연을 갖고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서 교수가 1978년 긴급조치를 위반한 피고인 신분으로 섰던 재판정의 담당판사가 고 후보자였다. 고 후보자는 서 교수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한편 고 후보자와 김석수(金碩洙) 전 총리와의 관계도 화제다. 두 사람은 1994년 10월 소위 ‘김삼석 김은주 남매 간첩사건’과 관련해 고 후보자는 구명운동을 벌인 변호사로, 김 전 총리는 대법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고 후보자는 이 사건이 안기부가 조작한 사건이라며 이들 남매에 대한 구명활동을 벌였으나 김 전 총리는 당시 재판장으로서 ‘사건은 조작되지 않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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