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쐈나 안쐈나

  • 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01분


북한의 지대함 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다 국방부도 하루만에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이번 사태의 실체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설이 일본에서 처음 제기되자 국방부는 “한미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 북한이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발사한 사실이 없다”고 발표했다.

이후 미 국방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확인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2일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정보 수집능력의 노출을 우려해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이며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여전히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잇달아 말을 바꿨다. 1일 오전 미사일 발사를 처음 주장했던 오기 지카게(扇千景) 국토교통상은 이날 오후 “발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비서관이 전달한 메모를 그냥 읽었을 뿐”이라며 한 발 물러섰고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도 “최종 확인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기정 사실화함으로써 사태의 진상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내부에선 한일 양국이 미국이 제공한 똑같은 첩보를 달리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 한국과 일본은 대북 감시정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군 당국간 대북 감시태세에 ‘불협화음’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국방부는 한미 정보기관의 공동 조사에 따른 결론이라는 점을 수 차례 강조했지만 미 국방부에선 정반대의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2월과 3월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미국은 실시간으로 발사 시간과 지점, 사거리를 포착해 우리측에 통보했다”며 “현재 우리 군이 운용중인 감시자산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여부를 정확히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방부가 이번 사태의 진상 파악을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군 정보당국과 다시 협의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의문이 풀릴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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