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한일 외무 연쇄회담]'北核동결 해법' 美도 긍정적

  • 입력 2003년 3월 3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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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방문 중인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왼쪽)이 29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을 방문 중인 윤영관 외교통상부장관(왼쪽)이 29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국과 일본을 잇달아 방문해 29, 30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일본 외상과 연쇄회담을 갖고 북한 핵 문제 해결 방안 등을 집중 협의했다.

▽북핵 문제 해결 로드맵(이정표)=한미 양국은 북핵 문제를 다자간 대화의 틀에서 외교적으로 풀어나간다는 기본원칙을 재확인했다. 윤 장관은 “북한과 이라크는 기본적인 상황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방식(군사적 수단)으로는 해결하지 않기로 한미간에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됐던 미국의 대북 폭격 준비설 등 강경대응책은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님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윤 장관은 북한이 핵재처리시설을 가동하지 않을 경우 식량 및 에너지 조건부 지원을 통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정부의 로드맵을 미측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더 이상 핵 위기를 고조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대화를 통한 핵문제 해결을 시도하자는 게 정부의 기본 구상이다.

미국은 핵문제의 해결이 없는 대북 지원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북측과의 조속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동맹 복원=윤 장관과 파월 장관은 최근 한미 양국에서 각각 불거진 반미 감정과 반한 감정을 치유하고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또 두 장관은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동맹관계 재조정 문제도 신중하게 처리해 나가기로 했다. 즉 주한미군 재배치 등을 둘러싸고 양국간에 이견이 불거질 경우 북한의 오판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연합 방위능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

이라크전쟁 때문에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파월 장관뿐 아니라 딕 체니 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미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인사들이 윤 장관을 만나 현안에 대해 협의한 것은 우리의 이라크전 지원에 대한 감사의 성격도 있지만 한미동맹 관계의 중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대북 설득 강화=윤 장관은 가와구치 외상과의 회담에서 새 정부의 대일외교 중시 방침과 한미 외무장관회담의 결과, 정부의 다자대화 추진 방안 등을 설명한 뒤 “북-일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 남북관계 진전에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가와구치 외상은 우리 정부의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노력을 평가한 뒤 “(일 정부는) 평양선언의 정신과 원칙에 입각해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한일 양국은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추진키로 합의하고 구체적인 시기는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키로 했다.

워싱턴·도쿄=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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