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방문 北종교인들 종교행사서 잇단 선전공세

  • 입력 2003년 3월 2일 21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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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남한을 방문 중인 북한 종교인들이 “핵전쟁이 일어나면 남북 모두 참화를 피할 수 없다” “외세를 배척해야 한다”는 등 정치발언을 종교행사에서 잇달아 내놓아 남측 신도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북측 종교인들은 2일 열린 기독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등 4곳의 행사장에 참석해 동일한 내용의 핵관련 반미발언을 동시에 쏟아내 사전 준비된 행동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북측 종교인 60여명은 남측 종교인평화회의 초청으로 1일 오전 서울에 들어와 2일 각 종교행사에 나뉘어 참석했으며 3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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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7000여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망교회 예배에서 오경우 조선그리스도연맹 중앙위원회 서기장이 핵관련 발언을 했다가 신도들의 심한 항의를 받았다.

이날 오 서기장은 예배가 끝날 무렵인 오전 10시20분경 남측 환영사에 대한 답사를 하면서 “외세는 절대 우리에게 통일을 선사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민족끼리 공조해야 한다. 미국이 핵 선제공격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전쟁이 나면 남북이 모두 피해를 본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신도들은 “신성한 교회에서 무슨 소리냐”고 고함을 치며 항의했고 소망교회 목사가 답사를 마무리짓도록 거들었지만 신도들의 항의가 계속되는 바람에 몇분간 소동이 계속됐다. 소망교회 관계자는 “예배가 끝난 뒤에도 신도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며 “신도들은 ‘처음에는 통일에 관해 얘기를 하더니 나중에는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발언을 해 불쾌했다’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에서도 북측 참석자인 김유철 조선가톨릭협회 부위원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으며 “핵전쟁이 나면 한반도에 참상이 발생한다”며 “핵전쟁의 참화를 막기 위해 민족이 힘을 합치고 공조해 외세를 배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합동법회에 참석한 황병준 조선불교도연맹 부위원장은 “핵전쟁이 일어나면 한민족이 공멸할 수밖에 없다. 불자들이 외세와 반통일세력을 막는 데 나서야 한다”고 말했고 조선천도교 이문환 부위원장은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중앙대교당 성화실에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세에 대응하고 조국 통일의 선봉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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