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신-구주류 갈등심화]동교동계 '부활' 꿈꾸나

  • 입력 2003년 2월 20일 18시 57분


코멘트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개혁독재’ 발언과 이에 맞선 신기남(辛基南) 최고위원의 ‘개혁신당론’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던 민주당 신 구주류간 대치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신 구주류간의 충돌이 예상됐던 2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양측은 김원기(金元基) 개혁특위 위원장이 개혁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자 추후 당무위원회의에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아 외견상 불길은 일단 잦아든 듯했다.

그러나 수면 아래서는 갈등 기류가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한 대표의 ‘개혁독재’ 발언에 이어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까지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나서는 등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퇴임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범(汎)동교동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동교동계가 ‘개혁 피로 증후군’과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기반으로 ‘정치적 부활’을 모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동교동계의 움직임에는 대북송금 사건으로 코너에 몰린 김 대통령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신주류 일각에서 ‘특검 불가피론’이 나오자 노무현(盧武鉉) 당선자 취임 전 사퇴 의사를 내비쳤던 한 대표가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밀어붙이고, 임시 지도부 구성에 반대하는 ‘U턴’ 행보를 보인 것이 그런 추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에 맞서 신주류 및 개혁파 의원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신주류 일부가 개혁파가 주도한 당 개혁안에 불만을 표시하는 등 내부 이견을 드러낸 것이 구주류측의 반격을 초래한 결정적 이유라는 점 때문에 일단 내부결속을 다져야 한다는 게 신주류측의 공감대다.

이와 관련해 한 개혁파 의원은 “동교동계가 왜곡된 민심을 증폭시켜 정치적 활로를 찾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그쪽이 더 세게 나와 줬으면 좋겠다”며 대결 의지를 보였다.

대북 송금 문제에 대한 특검에 대해서도 신주류측은 여전히 ‘수용 가능’ 쪽에 기울어져 있다.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국민적 의혹이 남는다면 특검을 할 수도 있다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였지만 구주류측의 특검 반대 주장이 새 정권에 짐만 떠안기는 결과가 될 것이란 불만도 깔려 있는 발언이었다.

민주당 내분 사태는 당권 장악과 특검 문제, 고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문제가 한꺼번에 얽혀 더욱 복잡하게 꼬여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