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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2월 4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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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에 보내진 돈은 4억달러가 넘는다는 야당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한나라당 이주영(李柱榮) 의원은 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통해 현대전자의 1억달러(약 1259억원) 대북 지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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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3일 “2001년 5월 해외 주식예탁증서(DR) 발행을 위해 현대전자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니 2000년 5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현대건설의 페이퍼컴퍼니(알카파지·HAKC)에 1억달러를 빌려주고 7개월 만에 손실 처리한 사실을 알았다”며 “당시 직감적으로 이 돈이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실무자에게 1억달러의 행방을 물으니 ‘최고위층만 알고 있을 뿐 우리는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며 “지금이라도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현대상선 외에 추가로 지원된 금액에 이 돈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상선이 북한에 지원한 2235억원은 국가정보원의 가차명계좌를 거치면서 돈 세탁이 된 후 북한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닉스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과거 일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 왔고 법률적 검토를 포함해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검토했다”며 “4000억원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왔으니 곧 마무리되지 않겠느냐”고 말해 1억달러 증발사건이 대북 송금과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1억달러가 북한으로 송금됐는지 여부는 현대건설이 해명해야 한다”면서 “현대건설측에 1억달러 상환 요청을 하고 이를 거부하면 반환청구 소송을 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전자는 2000년 5월 영국 스코틀랜드 현지 반도체공장(HES) 매각대금 1억6200만달러 가운데 1억달러를 현대전자 미국 법인과 일본 법인으로 쪼개 송금했다. 이어 이 돈을 다시 영국 현지법인으로 보낸 다음 두바이에 있는 알카파지로 송금했다.
이처럼 대기업이 외국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자금을 보낸 후 청산하는 것은 전형적인 자금세탁 방식으로 꼽힌다.
현대전자는 1억달러를 단기대여금으로 표시한 뒤 2000년 결산 때 회수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때 현대전자는 송금 사실을 주채권은행에 숨겼고 현대건설도 페이퍼컴퍼니 설립과 차입사실을 감사보고서에 누락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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