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對北봉쇄' 미묘한 갈등

  • 입력 2002년 12월 31일 17시 04분


북핵(北核) 해법을 놓고 우리 정부가 대북(對北) 봉쇄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수’를 치고 나섰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어떤 조치도 한국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한다”며 일부 미국 언론에서 흘러나온 대북 경제제재론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 당선자가 인용한 ‘맞춤형 봉쇄’에 대해 미 정부가 31일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노 당선자로서는 대북 경제봉쇄 반대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셈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3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 봉쇄 기류에 반대한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대통령과 당선자까지 나서 대북 봉쇄론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 이면에는 미국측이 언론을 통해 대북 경제제재 및 봉쇄 가능성을 미리 흘리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한미 양국 모두 공개적으로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지만 물밑에서는 향후 대응책을 놓고 한미간의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기류로 인해 앞으로 대북 제재방안을 비롯한 각종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미간의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의 악의적 행동에 대해 ‘보상’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반면 정부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나선 것도 이런 불편한 기류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의 공식입장은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면서 한미일간 공조를 통해 중국 러시아 등과 외교적 압력을 계속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누구도 경제제재를 얘기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이달 둘째주 초에 열릴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나 셋째주 초로 예정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한을 전후해 미국측이 우리 정부에 대북 제재 동참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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