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당선무효소송' 이견 증폭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5분


한나라당은 25일 당 쇄신을 둘러싸고 정파간 세력대결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 차원에서 제기한 당선무효소송에 대해서도 당내 비판이 고조되는 등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특히 2004년 총선을 겨냥한 당권 투쟁과 맞물려 있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당선무효소송은 방탄용?〓한 중진 의원은 당선무효 소송에 대해 이날 “미친 짓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선 패배 책임론에 따른 즉각 쇄신 요구에 제동을 걸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중진들도 없지 않다. 24일에는 초선인 김영춘(金榮春) 김부겸(金富謙) 안영근(安泳根) 의원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당 지도부도 물론 소송을 통해 당락이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지자들이 전자개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으로서 어떤 형태로든 행동을 취해야 하고, 재검표를 통해 일부라도 표 차의 변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당원과 지지자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 지도부의 생각이다.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한 측근은 “민심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당심(黨心)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6·13 지방선거 때 재검표를 한 부산 영도구청장 선거에서 40표 차가 12표 차로 줄어들었던 예도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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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쇄신 요구〓소장파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이날 경기 용인시 한 콘도에서 합숙토론회를 갖고 “당의 근본적 쇄신을 위해서는 현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원내정당화를 위한 중앙당의 대폭 축소 및 최고위원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2, 3선 의원 모임인 희망연대 대표를 맡고 있는 안상수(安商守) 의원도 이날 성명을 통해 지도부 총사퇴와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면서 △최고위원제 폐지 △원내총무의 실질적 당 지도자 위상 확보 △의원총회의 최고의결기구화 등을 뼈대로 하는 ‘원내정당화’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부영(李富榮) 김홍신(金洪信) 서상섭(徐相燮) 안영근 조정무(曺正茂) 의원 등은 이날 전화접촉을 통해 “당 개혁은 조기 전당대회 수준이 아니라 ‘제2 창당’ 수준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26일 별도 모임을 갖기로 했다.

홍사덕(洪思德) 강창희(姜昌熙) 강삼재(姜三載) 최병렬(崔秉烈) 김덕룡(金德龍) 강재섭(姜在涉) 박근혜(朴槿惠) 의원 등 중진들도 지도부의 즉각 퇴진을 통한 대대적인 당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권경쟁을 향한 다양한 연대가 이뤄질 전망이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용인〓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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