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노무현지지 철회]한나라당 반응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는 18일 오후 10시경 서울 동대문시장 유세 도중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는 ‘급보(急報)’를 전달 받고는 “노 후보가 가볍게 말 실수한 것이…”라는 최초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이 후보는 이어 현장에 동행한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즉석에서 긴밀한 협의를 나눈 뒤 “노-정 단일화 합의는 처음부터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깨질 것이 깨진 것이다”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마지막 서울지역 유세 중이었던 당직자들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노 후보의 경솔한 태도가 이 같은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며 노 후보의 ‘불안정성’을 거듭 문제삼았다.

한나라당측은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이 이 후보에게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다.

서 대표는 “노 후보가 얼마나 경박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인지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예정된 결별이라고 본다”고 했고,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도 “정 대표가 늦게나마 노 후보가 얼마나 믿을 수 없는 사람인가를 알게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내고 “이번 사태로 이른바 후보단일화라는 것이 정권 차원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었음도 판명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내에선 이 후보의 지지도가 막판에 급상승한 상황이 정 대표를 압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돌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18일 밤 10시 경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이미 이 후보가 노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민통합21측도 그 같은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