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노무현지지 철회]통합21 "盧 대통령된것처럼 행동"

  • 입력 2002년 12월 19일 01시 12분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18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것은 불과 4시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당직자들은 이날 오후 6시30분 노 후보가 명동 공동유세에서 정 대표의 단일화 기여에 대한 별다른 언급 없이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과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 신기남(辛基南) 의원 등을 추켜세우자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한 시간 뒤 종로2가 제일은행앞 거리유세에서 노 후보와 정 대표 외에 정 고문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서자 통합21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와 단일화한 것이냐”는 불평이 터져 나왔다. 노 후보가 ‘차기 대통령은 정몽준’이라고 쓰인 피켓을 든 청중에게 “속도위반하지 말라. 정동영 고문도 추미애 최고위원도 있다”고 말하면서 정 대표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정 대표는 최운지(崔雲芝) 공동선대위원장과 신낙균(申樂均) 최고위원을 비롯한 40여명의 당직자들과 함께 8시30분부터 종로4가의 한 음식점에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김흥국 문화예술특보는 “우리는 모든 것을 희생하며 노 후보를 도왔는데 ‘차기 후보 정몽준’을 짓밟으려는 노 후보의 속생각이 드러난 이상 더 이상 도울 수 없다”고 흥분했다. 단일화 협상 주역이었던 이철(李哲) 전 의원은 “노 후보가 벌써 당선이 다된 것처럼 용렬한 속내를 드러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 대표는 명동 유세에서 노 후보가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고 말한 것을 들며 “미국은 우리를 도와 주는 우방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노 후보와) 정책에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정책공조를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짧게 ‘결심’을 밝혔다.

정 대표는 1시간20분여에 걸친 대책회의를 마친 뒤 김행(金杏) 대변인에게 기자회견을 하도록 지시하고 부인 김영명(金寧明)씨와 함께 자신의 스타렉스 차량에 올라 평창동 자택으로 향했다. 김 대변인은 회견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노 후보의 유세발언이 공조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며 대북 정책공조의 위배를 ‘지지철회’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직자들은 “노 후보가 이미 당선이 된 것을 전제로 포퓰리즘적 행태를 드러낸 데다 권력을 쥔 이후 정 대표를 무시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이상 정책공조든 대선공조든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노 후보의 오만한 행태도 문제지만 국민 앞에 ‘단일화했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다닌 공당의 대표가 하루아침에 감정적으로 약속을 팽개치는 것은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노 후보와 정 대표를 모두 비난하기도 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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