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재협상 어떻게 될까]결렬위기→재협상…'오락가락'

  • 입력 2002년 11월 20일 01시 05분


‘맑음→흐림→먹구름→갬→?’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간의 단일화 논의는 19일 하루만도 여러 차례 냉탕 온탕을 오갔다.

이날 오락가락하던 분위기 반전의 결정적 계기는 민주당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과 국민통합21 민창기(閔昌基) 유세본부장이 오후 6시부터 2시간 반 동안 만나 공식적인 대화를 재개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고문은 정 후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곽 인사 접촉에 나섰고 김원기(金元基) 단일화추진특위위원장도 국민통합21 이철(李哲) 전 후보단일화추진단장과 직간접으로 접촉했다.

신계륜 실장과 민창기 본부장의 회동 직후 양측은 공식브리핑을 통해 “오해가 풀렸다. 후보단일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통합21측이 신뢰회복 조치의 일환으로 요구한 민주당측 단일화추진단 교체 문제도 ‘채널 교체’라는 절충 형태로 매듭이 풀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 실장은 민 위원장과 회동한 직후 노 후보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고 노 후보에게서 “정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재확인된 만큼 작은 문제에 구애받지 말고 협상을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후보측은 “어차피 저쪽 추진단이 다 사퇴한 마당에 이쪽은 있으나마나 아니냐”며 사실상 협상 채널 교체를 수용할 의사를 밝혔다.

양측 회동 후 민 본부장은 “오늘 민주당측에서 나온 발언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고 사과를 받았다. 노 후보가 민주당 협상단을 야단쳤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신계륜-민창기 두 사람의 회동 전까지 양측은 여론조사 방식 재협상 논란과 관련해 가시돋친 성명전을 벌여 결렬을 위한 ‘최후통첩’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정 후보가 이날 오후 평소 가까운 사이인 민주당 모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왜 그쪽은 자꾸 거짓말만 하느냐”고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 후보 쪽에서는 “정 후보가 단일화에서 발을 빼는 것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통합21 김행(金杏)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일일전략회의 직후 “민주당측이 여론조사 방식 유출자와 협상 책임자를 배제한 재협상단을 조속히 구성하지 않는 한 우리는 재협상팀을 구성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민주당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4자연대 결성 쪽으로 정 후보가 분위기를 몰아가자 내심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날 저녁 신계륜-민창기 회동 후 통합21의 한 핵심 관계자는 “극적인 대반전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여전히 협상 진행 과정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음을 암시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민주당 이낙연대변인▼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신계륜 실장을 대신해 회동내용을 브리핑하며 “후보 단일화 의지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해도 풀린 만큼 앞으로 순탄하게 풀려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회담 성과는 무엇인가.

“두 분간에 허심탄회한 얘기가 2시간 반 동안 있었다. 이견이 없다는 점도 많이 확인했고 아직 좀 더 확인해야 할 것도 남아 있다. 좀 더 발전시킬 것은 (두 분이) 내일(20일) 아침에 만나 얘기할 것이다. 실제보다 증폭됐거나 오해된 부분이 꽤 있었다고 느꼈다.”

-민 본부장은 결렬위기를 넘어섰다고 했는데….

“심각하게 생각했던 것이 오해였던가 싶다.”

-저쪽에서 협상단 교체를 요구했는데….

“똑같은 형식의 협상이 계속된다면 협상단의 존속이 문제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이제 TV토론으로 넘어가나.

“그 단계로 넘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여론조사 방식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나.

“어제 오늘 있었던 것 같은 곡절이 다시는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후단협 얘기도 있었나.“그 얘기는 전혀 없었다. 보고되지 않았다.”-아침에는 저쪽에 대해 ‘이중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 논평을 내지 않았나.“진의를 확인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한 데 대해 후회스럽기도 하고 반성하는 기분도 든다.”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통합21 민창기본부장▼

국민통합21 민창기 유세본부장은 19일 저녁 민주당 신계륜 후보비서실장과 단일화 재협상을 위한 의견조율을 마친 뒤 “그동안 문제가 됐던 사항들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내일 중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적절한 조치가 무엇인가.

“그동안 문제됐던 것들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만한 대답을 주겠다는 것이다.”

-신뢰회복 조치의 일환으로 요구한 일부 인사의 협상단 배제는 이뤄지나.

“그런 구체적 조치는 우리 둘이 실행하는 게 아니므로 기자들에게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개입을 막을 안전장치도 재협상되나.

“그건 피차 우려하는 바이므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내가 강력히 얘기했다.”

-잘 되는 것인가.

“대부분 내일 아침 가판신문들이 결렬로 나갔는데 나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다.”

-본격 재협의는 언제 시작되나.

“후보 등록일이라는 데드라인이 있으므로 굉장히 바쁜 상황이다. 이게 성사되지 않으면 피차 깨지는 것 아니냐.”

-재협상이 시작됐다고 봐도 되나.

“결렬위기는 넘어섰다. 저쪽에서 대응조치를 한다고 했으니 보겠다.”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는 어떻게 공감했다는 것인가.

“단일화가 안 되면 필패라는 것은 분명히 공감했다.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하면 울산에서 다음에 국회의원 할 것 같으냐. 노무현 후보도 단일화 실패하면 ‘낙동강 오리알’이지 면장이라도 할 것 같으냐.”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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