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최평길/북한판 마셜플랜을 제안한다

  • 입력 2002년 11월 10일 19시 06분


□박남기 장성택 北경제시찰단 대표에게

거두절미하고, 북한 경제시찰단으로 한국을 찾았던 박남기 장성택 대표에게 ‘북한판 마셜 플랜’을 제안한다. 1945년 광복 당시 조선총독부 연감 통계치를 보면 38선 이북은 철강 생산 50만t을 위시해 양곡 생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이남보다 앞서 있었다. 1970년대의 7개년 계획까지는 연평균 5%의 경제성장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경제지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80년대에 이어진 2차 7개년 계획의 실패로 어려움에 처했다. 2000년 9월 필자가 북한 방문단으로 가서 본 북한은 경제가 정체된 모습이었다. 삼지연, 혜산시를 잇는 협궤 철도의 침목은 근처 나무를 베어 깔아놓아 삭아 있었고, 전력부족으로 기관차가 달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양강도와 자강도의 감자농장이나 평양 부근의 밭에서는 채소가 제대로 자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백두산으로 행군하는 인민군과 학생들은 한국 젊은이들보다 5∼10㎝ 작은 키에 영양실조 때문인지 얼굴이 말라 있었다.

이제 북한에는 경제개발을 위한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식량지원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수확, 보관, 판매, 조리방법 등으로 인민 대중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전달되는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문산과 개성 사이 철길을 이어도 화물컨테이너를 수송하려면 북한의 모든 철도가 새롭게 보수되고 철도전문인력이 보충되어야 한다. 신의주특구와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특구 설치도 체계화된 북한 개발 프로젝트의 큰 틀에서 집행되어야 한다.

이런 북한 개발 청사진을 ‘북한 살리기 마셜 플랜’으로 하자는 얘기다. 핵심 내용은 북한 경제관리기구 정비, 금융 산업시설 확충, 전력 철도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 주택단지 건설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플랜에는 한국의 지원이나 기업투자, 해외차관 등이 필수적이지만 북한도 그 비용 일부를 운산 금광, 평산의 대리석, 무산의 철광 등 지하자원의 채굴 수출로 공동 부담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90% 이상이 통일을 원하나 80%가 세금으로 통일비용을 부담하는 데는 불만인 점을 고려하면 북한의 가용재원도 투입해야 한다.

경험 많은 남한 정부의 경제관료, 해외진출에 경쟁력을 갖춘 민간기업, 환경 국토계획 전문가, 각국 전문가, 북한 정부의 전문가들이 공동 참여해 투명성과 효율성에 입각한 개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국처럼 시장경제 추진을 주도한 덩샤오핑 같은 인물이 북한에도 많이 나와야 될 것이다. 필자는 박남기, 장성택 같은 분이 그런 역할을 맡기를 기대한다. 평양시장을 거친 박남기 현 국가계획위원장은 앞으로 북한 경제를 살리는 정무원 총리로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편 팔순의 이을설, 칠순의 조명록 같은 군 간부 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유일하게 신임하는 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노동당 조직부 제1부부장은 이번 시찰단에서 정치권력층을 대표하고 있다. 박남기 장성택 두 분은 평양귀환 후 ‘북한 경제개발 청사진 남북공동 작성’에 경제전문인으로서, 또 당 정치권력의 실세로서 긍정적 능동적 문제제기를 꼭 해주길 바란다.

최평길 연세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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