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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4일 19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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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한국학 연구의 ‘1세대 전문가’로 꼽히는 김일평(金一平·71·사진) 코네티컷대 명예교수는 14일 미국의 대(對)이라크전 추이를 유심히 관찰해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개막된 연례 한미 안보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그에게 최근 한반도와 주변정세에 대해 몇 가지 물어 보았다.》
-주변 4강 중 미국만 북한과 껄끄러운 나라로 남았는데….
“사실 북한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할 좋은 기회가 있었다. 평양을 먼저 다녀온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김 교수의 컬럼비아대학원 동창)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권유했지만 정작 북한은 사전협의 과정에서 합의문 체결을 질질 끌었다. 사전협의 뒤 대통령이 서명만 하는 미국식 외교방식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임기에 쫓긴 클린턴 행정부는 수교협상에 매달리지 못했고 선거에 이긴 공화당 정부의 ‘악의 축’ 발언으로 양국관계가 냉각됐다.”
-제임스 켈리 미 특사의 방북 이후 미국의 태도에 변화가 있는가.
“북한을 상대조차 하지 않겠다는 강경 자세는 다소 누그러졌으나 보수진영에서는 ‘계속 압박하니 북한이 조금씩 변하더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결국 이라크와 똑같이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식량난도 누그러진 올해 유독 북한이 신의주 특별행정구 지정 등 개혁개방을 강화한 이유는….
“식량난 에너지난 외화난 등 3가지 문제는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특히 외환문제는 미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북한의 개혁조치는 이라크 다음의 공격목표가 되지 않으려는 것이고, 또 외화를 벌기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왜 신의주인가.
“1993년 나진 선봉지구를 먼저 열었으나 인프라 구축이 불가능해 가장 중요한 일본 자본이 들어오지 못했다. 북한이 양빈(楊斌)을 특구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중국의 노동력과 화교 자본을 받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일본도 과거 제국주의 시절 다롄(大連) 선양(瀋陽) 등을 경영했던 경험이 있어 신의주에 정서적으로 가깝다.”
-대북(對北) 관계에 있어 일본의 경우는 행정부와 국민 정서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독선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파격적인 수단이 필요하다. 10년의 장기불황을 이기려면 몇억달러든 북한에 집어주고 이를 조건으로 일본 기업이 들어가야 한다. 과거 한국도 이런 식으로 일본 기업이 장악했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북한의 앞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체제모순이 커져 붕괴하거나 미국의 압박으로 붕괴하는 시나리오가 있고 반면 개혁이 성공해 살아남는 낙관적 미래가 있다. 나는 미국과 관계가 개선돼 중국 모델을 점차 받아들이면서 에너지 식량문제가 해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생각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의 60년대식 발전방식을 답습함을 의미한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