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방북은 美 대북정책의 중대변화"

  • 입력 2002년 9월 27일 10시 11분


미국이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다음달 북한에 특사로 파견키로 한 것은 대북정책의 중대 변화를 의미하며 발표 시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부시 대통령 취임 이후 미 행정부 내에서 계속돼온 대북(對北) 대화 재개여부에 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자 빌 클린턴 전임 대통령의 대북대화를 중단시켰던 현 정부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의미한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이 신문은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번 켈리 차관보의 방문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문제, 대규모 재래식 무기 배치, 억압정치, 핵개발 문제 등 광범위한 현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가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혐오하는 정권과도 협상할 용의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풀이했다.

이 신문은 또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미국을 신의주 경제특구 설치 등 경제개혁에 핵심적인 요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없이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의 교역 증진이나 투자유치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신문은 미국이 대(對) 이라크 전쟁 준비를 가속화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켈리 차관보의 방북을 발표했다는 사실은 미국이 북한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정권을 보는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내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최근 들어 대량파괴 무기 개발과 생산 능력에서는 오히려 이라크보다 더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되는 북한이 이라크와는 달리 외교적 수단이 통할 것이라는 점을 부쩍 강조해왔다.

뉴욕 타임스는 또 대북 특사의 파견 결정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을 필두로 한 행정부 내 온건파에 힘을 실어주는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 취임 직후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촉구한 데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이는 행정부 내 강경파의 승리, 파월 장관의 패배로 비쳐졌다고 지적했다.

20개월 뒤 비록 백악관이 이번 특사 방북에서는 클린턴 정부 당시보다 훨씬 광범위한 현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 결정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따라도 위험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던 파월 장관의 주장이 결국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기존 미사일 제거와 독립적인 검증체계 마련 등 미해결 현안이 풀려야 하며 미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대로 북한의 미사일 무기수출 중단에 대한 보상을 마련해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이 신문은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길고도 험난한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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