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보트피플 21명 귀순]"北서 왔다…남한 보내달라"

  • 입력 2002년 8월 19일 01시 10분


해경 경비정이 탈북 주민들이 탄 북한 어선을 발견한 후 이들을 인천 군항부두로 예인한 9시간여 동안 인천의 해경 상황실과 경비정 사이에는 긴박한 전통이 교신됐다. 그동안 해경 상황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넘쳤다.

해경 경비정(100t급·정장 김재만 경위)의 첫 보고는 이날 오후 6시30분경에 있었다.

‘NR134 119정 북한 어선 발견.’

당시 경비정은 이 어선을 불법 어로를 일삼는 중국 어선으로 오인, 중무장을 한 채 어선 주위를 선회했다. 그러나 어선 쪽에서 들려온 “남한으로 가려고 한다”는 고함소리를 듣고 접근했다.

가스총과 M16 등으로 무장한 검색조 경찰관 3명이 접근하자 어선에 탄 어민들이 초췌한 모습으로 귀순의사를 밝혔다는 것.

‘북한 어선 발견’ 보고는 즉시 해경 상황실에서 해군 2함대 사령부에 통보됐다.

이어 경비정으로부터 추가 보고가 속속 들어왔다.

‘가스통, 가스버너, 압력밥솥, TV 등 간단한 탈출장비 발견.’

‘별다른 위험물이 없는 것으로 판단됨. 북한 주민들을 경비정에 옮겨 태우겠음.’

북한 선장 순용범씨(46)와 기관장 이경성씨(33) 등은 북한 어선을 이끌고 3명의 경찰관과 경비정을 따라 인천으로 향했다.

이들 배는 인천 옹진군 울도∼덕적도∼무의도 앞바다 등 화물선과 여객선 항로를 따라 시속 7노트로 이동했다. 해경 경비정측은 그동안 허기진 모습을 보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라면과 밥 등을 즉석에서 끓여주었다. ‘모두 21명, 남자 14명 여자 7명, 출발지점은 평안북도 선천군 홍건도 포구.’

해경은 북한 어선을 예인하는 동안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탈출경위, 신상명세 등만을 간단히 신문한 뒤 새로운 사실을 확인하는 대로 20∼30분 간격으로 상황보고를 했다.

이날 북한 어선이 인천으로 도착하기까지 5시간여 동안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비함과 경비정들이 주변을 엄호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이달말까지 꽃게 금어기가 계속됨에 따라 불법어로 단속을 위해 경비함의 순찰 항로를 남쪽으로 15마일가량 이동시켜 북한 어선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북한 어선이 중국 어선과 화물선 항로를 따라 영해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비정의 선상 조사결과 북한 주민들은 3가족에 남자 14명, 여자 7명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선장 순씨는 여동생과 매제 등 8명을 이끌고 귀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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