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盧 빗속 농심 잡기…안면도서 농업경인인대회 참석

  • 입력 2002년 8월 12일 23시 1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12일 저녁 충남 안면도에서 열린 전국농업경영인대회에 나란히 참석해 농업정책 대결을 벌였다. 두 후보가 같은 행사에 함께 참석해 상대방 후보의 연설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것은 대통령 후보가 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비가 간간이 내리는 궂은 날씨인데도 1만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두 후보는 연설에 앞서 잠시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나중에 행사장에 도착한 노 후보가 “낙동강 다녀오셨지요”라며 인사를 건네자 이 후보는 “반갑습니다. 지붕이 떠다니더라고요. 농업 문제는 여야가 없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이에 노 후보는 “이 대회에 저희들이 다 왔으니까 한농련(한국농업중앙회연합회) 뜻대로 잘 되겠지요”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축사를 통해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농가 빚은 무려 56.6%가 늘어난 반면 소득은 고작 1.8% 늘어났다”며 “농가부채특별법 후속대책으로 농가부채 이자를 더욱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쌀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직불제 대폭확대 등 농가소득 안정대책을 마련 중”이라며 “농촌지역의 의료 문화 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과 학비지원 확대 등 농촌교육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준비해온 연설문을 그대로 읽었으나 노 후보는 미리 배포한 연설문을 읽지 않고 즉석 연설을 했다.

노 후보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꼴을 베고 중학교 때는 약초를 재배했다”며 “마늘문제,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쌀 문제도 정부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민을 위해서라도 북한에 쌀을 보내야 하고 복잡한 논리 내세워 발목 잡아선 안 된다”면서 “농업문제는 시장원리대로 하면 안 된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농정 최고책임자를 농민들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중요 농업정책 개발에 직접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농민들은 “경찰이 행사장을 포위하고 있다”며 “집회도 안 하는데 뭐 때문에 경찰을 부르나. 정치하려면 똑바로 해. 니들이 필요할 때만 다니나. X새끼들”이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안면도〓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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