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이후 정국 어디로 5]"꿰어야 보배" 제3세력 물밑행보

  • 입력 2002년 6월 17일 18시 41분


정몽준 의원, 박근혜 대표, 이인제 의원(왼쪽부터)
정몽준 의원, 박근혜 대표, 이인제 의원(왼쪽부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대결구도 속에서도 꾸준히 ‘제3후보’로서의 가능성이 점쳐져 온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또한 이제 선택의 시기를 맞고 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포기 이후 은인자중하면서 재기를 노리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거취와도 맞물려 있다.

월드컵 대회와 지방선거는 이들 세 사람을 둘러싼 정치환경을 꽤 많이 바꿔놓았다. 동아일보가 15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노무현 후보와의 3자 대결구도에서 정 의원(15.3%)이 박 대표(8.7%)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전과는 달랐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 후보 사퇴론과 제3후보 영입론도 이들에게는 새로운 여건이 되고 있다.

정 의원은 요즘 후원회 조직 및 인터넷 팬클럽 정비, 정책보좌인턴 모집 등 월드컵 이후에 대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조직 정비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정 의원 자신은 아직도 “월드컵에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 문제는 주변과 상의해 결정할 생각이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가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딱 잘라 부인한 적은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오래 전부터 월드컵 대회에서의 한국팀 성적에 따라 ‘정몽준의 선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측해 왔고, 그런 예측대로라면 정 의원은 이미 내심으로는 선택을 마치고 선언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측근도 “여러가지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하겠지만, 현재 정 의원의 마음만 놓고 본다면 대선에 나올 확률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쳐온 박 대표는 이미 여러 차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며 대선연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박 대표는 더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미래연합이 홀로서기에 실패함으로써 독자생존의 한계와 함께 다른 세력과의 연대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이인제 의원에 대해 “정책이나 생각에서 여러가지로 공통되는 점이 많다”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특히 지방선거 직전 두 사람이 회동했을 때 이 의원이 ‘대통령은 외교 국방을 담당하고 총리가 내각을 총괄하는’ 권력분립형 대통령제를 언급하자, 박 의원도 “생각해보겠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조만간 다시 회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입장은 조금 복잡하다. 그는 민주당 밖의 동향과 함께 당내 갈등의 정리과정도 관망하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이회창 대통령 시대’를 맞지 않으려면 어떤 길이 있는지를 놓고 고민을 해야 한다. 여러 갈래의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조만간 가닥이 잡힐 것이고 이 의원도 그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JP와 박 대표, 정 의원까지를 묶는 4자 연대를 통한 신당 창당을 구상 중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정 의원이나 박 대표, 이 의원 모두 종국적으로는 대선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로 연대가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연대가 이뤄진다고 해도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불러올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정치권에 불어닥치고 있는 일련의 변화가 정 의원, 박 대표, 이 의원에게 대선연대의 필요성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별 이견이 없다. 결국 이들 세 사람의 연대 여부와 정치적 폭발성은 현재의 양강 구도가 어떤 모습으로 요동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일반적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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